의인화된 나의 시, 네가 내 손에 콜드브루 한 병을 쥐여 주고, 네 손에도 하나 쥐고, 낮은 산행이 시작되고, 이건 닭의장풀, 이건 구절초, 이건 애기똥풀, 이건 왕고들빼기, 이건 쑥부쟁이, 이건 황매화, 네가 꽃들을 보며 이름을 줄줄이 읊고 나는 사전을 뒤적이고, 이건 정확히 황매화의 변종인 죽단화래, 내가 말하고, 내가 너의 말을 부지런히 받아 적는다. 사랑은 왜 아픈가, 밑줄 긋고 싶은 문장이 많아, 네가 에바 일루즈의 책을 읽고, 나는 그런 네 얼굴을 한번 쳐다보고, 몰래 볼 필요가 없는 얼굴이고, 네 온몸이 성기 같을 때가 있어, 내가 말하고, 전에도 말한 적이 있어, 네가 말한다. 네가 코바늘과 뜨개실을 꺼내 풍경을 엮고, 나는 사람들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너를 졸라 입을 맞추고, 오늘은 꼭 젊은 엄마의 휴무일 같아, 어린 내가 말하고, 네가 나와 함께 있어 주고, 너와 내가 나란히 걷는다. 너를 안기 위해서라면 나는 전 재산이라도 탕진하고 싶어, 나는 너와 누워서 네 가족사를 듣고, 네 등을 밀어주고, 너를 만지고, 잠든 너를 오래 쳐다본다. 요의를 참지못하고, 바지를 다 적셔 버리듯 나는 네게 사랑한다고 말해 버리고, 너는 아무 말 없이 듣고, 그런 침묵이 나쁘지는 않고, 나는 네게 맛있는 걸 사 주고 싶고, 너무 슬프지 않은 시를 써 주고 싶고, 언제라도 아름다운 네 옆구리를 감싸 안고 싶고, 네 이마의 주름마저 아름답던 오늘. 우릴 기억하는 것 같아, 네가 커피를 주문하고 돌아오며 말하고, 나는 카페 여주인을 한번 쳐다보고, 다시 너를 쳐다보고, 나는 너의 그 말이 참 좋았던 것 같고, 시를 읽는 너를 한참 동안 바라보고, 몰래 볼 필요가 없는 얼굴이고, 햇살이 와 있다. 그때의 그 햇살이. 마치 연애가 계속돼 왔던 것처럼 너와 나는 잠시 다투고, 나는 네가 낯설어 급하게 사과를 하고, 네 기분을 살피고, 나는 비굴하고, 병신같이 너를 사랑한다. 보고도 못 믿겠어, 겪고도 못 믿겠어, 너는 꼭 신기루같이, 나는 꼭 미래에 막 다녀온 것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