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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둥 수용소 - 인간의 본성, 욕망,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실존적 보고서, 개정판
랭던 길키 지음, 이선숙 옮김 / 새물결플러스 / 2014년 8월
평점 :
이 책을 다 읽기까지 참 오래 걸렸다. 올해 초에 읽기 시작하다
친구 차에 놓고 내리는 바람에 또 몇 개월 후에 만났고,
쉽게 휘릭 읽을 수 있는 책도 아니었기 때문에
차근 차근 이해하며 읽다가
오늘에서야 마무리를 했다.
이 책은 제 2차 세계대전 중 중국 북부에 있는
민간인 포로수용소에서의 삶을 담은 책이다.
수용소에서는 끔찍한 고문이나 절대적인 굶주림은 없었지만,
수많은 외국인들이 중국에 기거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포로로 살았다니 처음에는 낯설게 다가왔다.
이 책의 저자 랭던 길키는 수용소에서 사람들과 더불어 지내며,
경험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가 경험으로 알게 된 인간에 대한 통찰이 수용소 밖에서도
통한다는 점이 신기했다.
인간은 특별하고, 생동감 넘치는 존재다.
갑자기 자유를 박탈당한 인간은 척박한 그곳에서도
사소한 일상의 기쁨을 회복하고, 꽃을 심고, 음악을 누리며,
도구를 발명해내는 창조성을 보인다. 수용소에서 그들이 이루어낸 조직과
삶을 아름답게 하는 모습을 보며 인간의 아름다움을 다시 느꼈다.
그러나 인간은 압박을 받으면 즉 자기나 자기의 가족의 이익에 위협을 느끼면
매우 이기적이 된다. (많은 이야기가 책에 있다)
잘 배운 사람들일 수록 자신의 이기심을 나름의 도덕적인 이유로
포장하는 모습마저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인간의 모습에 대해 길키는
인간의 영적중심(궁극적 관심, 궁극적 책임감)이
무엇이냐에 달려있다고 한다.
그 영적중심이란 모든 인간이 한결같이 숭배하는 대상으로
인간의 행동방식을 결정한다.
자신의 복지, 가족, 사회, 직업, 학문, 예술 등이 예가 되겠다.
그 영적 중심이 '자기 자신'이 될 때
공동체는 자멸한다. 도덕은 무너지고, 범죄가 난무한다.
수용소 안에서 벌어진 식재료 절도문제를 규제할 수 없었던 것이그 예다.
사람들은 합리적인 이유를 갖다 붙이며 음식을 훔친다.
마음은 도덕적인 삶을 갈구하지만 그것이 옳다고 여기지만,
행동은 자기 이익을 위해 비도덕적인 행동도 서슴치 않는다.
한 정치집단이 욕을 먹는 것은,
자신들의 자리와 이익이 그들의 영적중심이기에 비도덕적인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정치적으로 포장하여 자신들이 의롭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은 비상식적이다.
지금 우리 집의 경제사정이 어렵고, 우리 가족이 우선이기 때문에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우리 세금으로 뭘 해준다고 하면 마음이
딱, 닫히는 것이다. 나의 일상이 중요하기에 이제 그만하라고, 무관심한 것이다.
이기심이 팽배한 우리 사회는 어찌될 것인가.
선교사 베이커를 통해 기독교인이라고 하면서
그 영적중심이 자신이 속한 공동체나 자신이 옳다 여기는 기준일 때
그의 삶이 얼마나 혐오스러운 것인지 보았다.
공동체를 위해 헌신할 자질이 있는 이들을 담배를 핀다는 행위로 판단하고 멀리하고,
- 진실규명을 위해 단식하는 유민아빠가 보험료를 탔네 마네, 국궁을 배웠네 안배웠네로
멀리하는 것도- 거룩해지려 미친 듯이 애쓰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교만, 거부, 사랑없음이라는
더 무거운 죄에 빠지니 말이다.
이는 영적중심이 잘못 되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영적중심을 갖지만, 잘 못된 영적중심을
갖고 있기에 우리 사회가 이런 갈등과 어려움이 있다고 링키는 통찰한다.
영적중심이 자기 자신을 벗어날 때 우리는 도덕적일 수 있다.
자기 자신의 유익을 앞세우기 전에 타인을 배려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완전한 영적중심이 존재할까? 나를 완전하게 하는 대상이 존재할까?
길키는 카리타스, 믿음은 우리의 계속적인 자기 관심(이기심)을 인정하고,
신께만 우리의 내적 평안을 맡기는 것으로 온전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분의 은혜는 우리를 어디까지 인도하실 수 있는걸까?
이해할 수 없는 고난의 시간은 어떻게 받아들여댜할지도 링키는 통찰한다.
삶의 의미는 내가 속한 공동체와의 유대감과 자부심,보상에 대한 확신에서 온다고 할 때
고난은 우리의 삶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우리를 멈추게 만들고, 열심히 살아도 소용없을거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삶의 의미를 신의 섭리로 받아들이는 삶,
그것은 우리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하며
현재의 삶을 견디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한다.
포로 수용소에서 갇힌 시간 속에서, 수용소 밖으로 나와 미국이 전 세계를 이끌어갈
미래가 될 것라는 기대가 무너진 때에도 길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내가 하늘에 올라갈지라도 거기 계시며
스올(지옥)에 내 자리를 펼지로도 거기 계시니이다.
거기서도 주의 손이 나를 인도하시며
주의 오른손이 나를 붙드시리이다.(시편139편 8-9절)
그분은 우리의 영적중심이시다.
우리가 그분의 섭리를 믿고, 우리의 이기심을 고백하며 은혜를 구하면
나를 인도하사...
자기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이웃을 사랑하고 섬기게 하실 것이다.
심지어 자신의 거룩함까지도 고려하지 않고, 내 행동규범을 타인에게 들이대지 않고,
감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든 돕는 사람이 되게 하실 것이다.
협력하는 육체노동, 검소한 생활 더불어 살아가는 경건함이 수반된 인격의 힘을
발휘할 수 있게 하실 것이며, 누구하고나 잘 지낼 수 있고, 모든 사람과 섞일 줄 알며,
이웃을 그대로 수용하면서도 이웃을 창조적으로 사랑할 수 있게 하실 것이다.
물질을 나누라는 명령을 인정하고 그 대상에게 집, 음식, 난방, 안락함까지 허락할 수 있게 하실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살 맛 나는 인생임을 알려주실 것이다.
우리의 도덕성을 회복시키시고, 우리의 공동체를 온전하게 하실 것이다. (책의 내용들을 발췌편집했다)
나는 기도한다.
'당신을 의지합니다.
저는 너무나도 제 자신의 일상과 욕구와 가족과 이룰 집이 중요합니다.
이제는 더이상 이용당하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마음도 많이 단단해졌습니다.
관심은 갖고 있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은혜를 구합니다. 인도하여 주시길, 기도합니다.
나의 독후감으로 긴 이야기들을 이렇게 정리를 하는 것이
답을 너무 빨리 말해버려서 가벼운 이야기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