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키즘 이야기 - 자유.자치.자연
박홍규 지음 / 이학사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아나키즘에 대한 비판적, 그러나 애정깊은 소개에 충실한 책이라고 보면 되겠다.

저자는 노동법학자인 박홍규 교수인데 법학 쪽 계통의 서적보다는 사상 서적을 

훨씬 더 많이 출판한듯하다. 이 분의 특징은 보수적인 학계의 관습에 반해  

거침없이 솔직하게 자신의 견해를 내놓는다는 점이다. 어줍잖은 예의나 우회적인 

비판같은 것은 없다. 혹자는 비주류 학자라고  딴죽을 걸지도 모르지만 오늘날의 

과도기에 그것은 얼마나 명예로운 타이틀인가? 적어도 그는 그의 신념에 충실하다.   

여튼 본서는 서구의 대중 음악에 녹아있는 아나키즘에 대한 소개로 시작한다.

존 레논이나 핑크 플로이드, 섹스 피스톨즈와 같은 유명한 록스타들의 노래에  

흐르는 아나키즘으로 시작하니 누구라도 흥미를 가지고 볼만하다. 

1장 이후에는 아나키즘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대한 비판 및 교정으로 시작해서 

자유, 자치, 자연(순서대로 중요성을 가진다)의 삼자주의로 아나키즘을 정의한다. 

대충 요약하면 아나키즘이란 특정한 인물에서 비롯된 사상도 아니고 어떤 역사적 

사건에서 기원하는 것도 아니며 그저 자유, 자치, 자연을 위한 인간 본연의 비판적 정신의 

발로이다. 물론 이러한 정의는 너무 포괄적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되나 저자는 그에 대한  

세부적 보완도 잊지않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정도의 엄밀함도 가지고 있다. 

대충 이런 식으로 본서는 목차에 충실한데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4장이다. 

이 부분은 근대 이후에 본격화된 아나키즘의 선구자들을 다루는데 영국의 고드윈, 

독일의 슈티르너, 프랑스의 프루동을 유럽 아나키즘의 시원으로 소개하면서 이후 러시아의  

아나키스트들을 비롯한 각국 아나키스트들(동아시아도 포함되어있다)의 생애와 사상을 

보여주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적으로 느낀 인물은 바쿠닌이다(그러나 안타깝게도 국내에는 

그의 저서는커녕 평전조차 없다. 본서에는 E.H Carr의 바쿠닌 평전이 번역된적이 있다고  

나와있는데 그마저 절판인 모양이다. 뭐 이번이 처음도 아니지만 괜히 짜증이 난다).

책의 후반부에서 재미있던 부분은 6장인데 아방가르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고치는 것부터 

시작해서 프루동과 톨스토이를 비롯한 아나키스트들의 예술론을 소개한다. 개인적으로는 

걸작이나 천재같은 개념들을 철저히 부정하고 민중의 집단적이고 창조적인 예술을 주장한 

프루동에게 다시 한번 감탄했다. 이 장은 아나키스트들의 예술론들을 비롯해 미술, 건축, 

문학등 분야를 막론하고 무엇이든 비판적 고찰의 대상으로 삼았던 아나키스트들의 용감한(?)  

그리고 거침없는 반권위주의를 음미할수 있다. 이 장으로 하여 크로포트킨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 형제'와 '백치'같은 작품의 가치를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나 베른하르트라는  

오스트리아의 독설가도 알게 되었다.  

 

아나키즘에 대한 입문을 겸해 뜻밖의 수확을 거두고 싶은 독자에게 적합한 책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