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 드럭스 - 인류의 역사를 바꾼 가장 지적인 약 이야기
토머스 헤이거 지음, 양병찬 옮김 / 동아시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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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당 하루에 두 알 이상의 약물을 먹는다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책은 인류가 역사적으로 얼마나 약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 풀어나간다. 마약이나 약국에서 처방 없이 구입한 약물은 제외하고 합법적으로 처방받은 약물의 경우만 그러하다는 사실에 놀랐다. 잠시 생각해봐도 매일 챙겨 먹는 건강보조식품만 해도 두 알이 넘으니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책을 읽으며 얼마나 현대인들이 약물에 의존하며 사는지를 계속해서 깨달았다. 직접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모든 약물에는 효과와 부작용이 함께 존재한다고 밝히면서, 이전에 신의 약물이라고 불리던 약물들의 흥망성쇠에 대해 말한다.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약물에 대한 무한한 신뢰 같은 것들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이 책이 제약 산업의 역사나 새로운 약물에 대한 사실에 대해 말하는 책이 아니라서 더 흥미로웠다. 제약 업체의 이해관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고, 1880년대까지만 해도 투여하거나 섭취할 약물을 의사가 아닌 본인 스스로 결정할 수 있었다는 사실 같은 것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또한, 어느 책에서나 이야기하는 페니실린이나 아스피린에 대해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 모험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점이 다른 약물 관련 서적과 차별되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책속의 한줄

(39쪽) 유럽의 대중은 아편을 갈망했다. 때는 바야흐로 산업혁명기여서, 빠르게 증가하는 공장 노동자들은 끔찍한 근로조건에 직면해 있었다. 확장되는 빈민가에 거주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은 저렴한 해방감이 필요했다. 진은 하나의 옵션이었고, 아편은 또 하나의 옵션이었다.

(219쪽) 피임약이 나오기 전, 섹스의 즐거움은 임신과 ‘거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었다. 많은 사람은 아직도 ‘생명의 창조’를 신만큼이나 의사의 섭리로 간주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역사를 통틀어 섹스와 출산 간의 관계를 끊으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고대 중국에서 여성들은 임신을 막으려고 납과 수은이 들어간 용액을 마셨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석류 씨가 피임약으로 사용되었다.

(317쪽) 경미한 불안증은 대단찮은 문제로 간주되었고, 그런 환자들은 스스로 알아서 해결하거나, 친구나 조언자와 터놓고 이야기함으로써 해결하거나, 저절로 낫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것을 치료하는 약물이 등장하자, 경미한 불안증은 갑자기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 되었다. 그것은 재고와 재정의를 거쳐 의료화되었고 신경안정제는 블록버스터 약물로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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