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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평점 :
나의 독서스타일은 빨리 읽기 보다는 꾸준히, 단숨에 읽기 보다는 적당히 나누어 읽는 편이다. 그런데 이 책만큼은 예외였다. 지난 주말 첫 장을 읽기 시작한 후 하루 만에 마지막까지 끊김 없이 완독했다. 그 정도로 가독성이 뛰어나고 재미있다. 작가인 오쿠다 히데오의 전작 ‘공중그네’와 ‘남쪽으로 튀어’ 그리고 ‘침묵의 거리에서’ 등을 인상 깊게 읽었던 터라 신작에 대한 기대가 있었고 이번 결과 역시 만족스러웠다.
중심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남편의 상습적인 폭력으로 고통스러워하는 가나코와 그녀의 대학동창이자 절친인 나오미가 함께 공모해 남편을 응징하는 이야기다. 흥미로운 건, 응징 보다는 그 이후의 전개과정이다. 두 여자는 완전범죄에 가까운 대담하고 치밀한 살인계획을 세워 실행하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해 차츰 파국의 수렁으로 빠져들며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결말을 향해 치닫게 되는 이야기의 긴박함이 주는 흡인력이 대단하다.
이 작품을 읽는 동안 불편했던 이유 하나는, 사건이 발생하는 주요원인이 가정폭력이라는 점이다. 가정폭력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가해자의 폭력이 상습적으로 끝없이 반복된다는 것과, 피해자가 결국 그것에 익숙해져 자존감을 잃어버린다는 것에 있다.
주인공인 가나코또한 남편의 습관적인 폭력에 길들여져 점점 무감각해지고 무기력해지며 급기야 스스로를 포기하게 된다는 점은 가정폭력이 얼마나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남편의 가족들이다. 폭력 가해자의 행태를 분명히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은 피해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외면하고 무관심하다는 것, 아니 오히려 피붙이라는 이유로 가해자를 두둔하고 피해자를 압박하는 입장에 서게 된다는 점이 무엇보다 끔찍하고 경악스럽게 느껴졌다. 이런 비상식적이고 분노를 느끼게 하는 정황이 나로 하여금 폭력피해자이지만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행위를 저지른 그녀들에게 일말의 동정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간결하고 속도감 있는 문체, 섬세한 심리묘사, 묵직한 주제의식,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진행으로 마지막까지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작가의 필력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긴박감 넘치는 서스펜스 미스터리물이나 영화 [델마와 루이스]류의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