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과 쓸개
김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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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숨은 참으로 할 말이 많은 듯하다. 어찌나 할 말이 많은지 첫 소설집을 낸 2005년부터 2011년까지 매년 1년에 한 권 이상 우리에게 소설집이나 장편 소설을 들이밀었다. 이토록 열정적이고 성실한 작가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럼 잡설은 이만 줄이고, 김숨의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자. 김숨의 소설은 우리가 즐겨하는 여타의 많은 소설들과 달리 별로 희망적이지 않다. 아니, 오히려 대다수의 작품에서 그는 철저히 희망을 배제했다. 유쾌함은 물론 찾아볼 수 없고, 잠시 떠오르는 미소조차 그는 지우려고 든다. 그의 소설은 그로테스크하고, 그의 소설은 환상적이며의 소설은 그러나 슬프게도 암울하다. 그러한 점에 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소설이 암울하기 때문에 현실이 불행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고, 현실이 암울하기 때문에 소설도 암울하게 나타난다고 생각해요.”

 

그렇다. 김숨의 소설은 현실에 대한 적나라한 투영이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철저히 희망이 배제된 그의 세계 속에서, ‘환상’조차 긍정이나 낙관을 이끌어내는 출구로서가 아니라 암울한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돋보기로서 사용된다.─결코 발을 들여놓아서는 안 되는 검은 길만으로 세상과 이어진, 아나와 글로리아가 갇혀 사는 소재불명의 숲이라든지(「지진과 박쥐의 숲」), 사당이 불탄 곳에서 나타난, 소년 소녀의 화신인 검은 염소들이라든지(「검은 염소 세 마리」), 현실의 ‘나’는 결코 만날 수도, 직접 실현할 수도 없는 머나먼 아랍의 ‘유리눈물을 흘리는 소녀’(「유리눈물을 흘리는 소녀」) 같은 것들─

때문에 김숨의 소설은 그로테스크할 수밖에 없다. 현실에 없는 그로테스크한 부분을 그는 부각시키는 것이 아니다. 모두 현실에서 갓 튀어나온 그로테스크이기에 우리는 그토록 직시하기 불편해지는 것이다. 눈앞에 있었으나 애써 없는 것처럼 눈 돌리며 살아왔던 것들을 그는 부각하고 확대하여 우리에게 들이대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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