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의 탄생 - 하늘에서 찾은 입자로 원자핵의 비밀을 풀다
김현철 지음 / 계단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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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트렌드와 독자의 니즈를 분석하며 쓰여진 책이 있고, 글쓴이가 하고 싶은 말을 쓴 책이 있다. 거칠게 나누어보자면 <강력의 탄생>은 후자에 해당하는 책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중성자와 양성자를 붙잡아두는 힘, 강력이 설명되기까지의 여정이다. 그냥 과학역사책으로 분류해도 무방하다. 책의 분량은 다소 무거운 편이다. <김상욱의 과학공부>보다 100페이지 가량 두껍다.

이 책은 강력의 역사를 인물 중심으로 잘 정리한 책이다. 방대한 참고문헌이 팩트와 역사를 촘촘히 담아내려는 글쓴이의 노력을 반증한다. 매우 추진력있고 꼼꼼하게 나아간다. 많은 끈기와 노력이 담긴 책이다.

다만 이 여정을 왜 따라가야 하는지에 대해 내내 궁금했다. 강력의 근원을 (비전문가가) 왜 이해해야 하는지. 이해하면 무슨 도움이 되는지, 동기부여가 적다. 시작하는 글과 마치는 글을 읽어보아도, 글쓴이가 글을 쓰면서 그리고 글쓰기를 마치면서의 개인적인 느낌과 출판에 대한 감사가 주된 내용이다. 강력이 왜 매력적인지, 글쓴이에게 질문하고 싶다.

과학역사책이 아닌, 과학책으로서의 호흡이 아쉬웠다. 과학책의 역할은 위대한 과학자의 사고를 독자가 따라갈 수 있게, 손을 잡고 안내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매운 것은 순하게 느끼한 것은 담백하게 바꾸어 요리해주는 것이 교양과학서의 존재이유라 생각한다. 독자는 술술 읽으며 자연스레 과학적 사고를 밟아나가고, 그 과정에서 똑똑해지는 것을 느낀다.

이런 면에서 <강력의 탄생>은 아쉽다. 마리퀴리에서부터 유카와까지 진도를 뺐으나, 스쳐지나가는 인물과 사건들을 좀 더 또렷하고 깊게 다루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브라켓에 허수를 넣고 어떻게 했더니 하이젠베르크의 것과 같았다고 하는데, 서술하고 나아가는 느낌을 받았다. 

책 소개에서는 잊혀지고 알려지지 않은 과학자들을 비중있게 다루었다(집중조명한다)고 했으나, 막상 메인 서사의 주인공은 마리퀴리, 러더퍼드, 디랙, 유카와다. 이들은 모두 노벨상을 수상한, 잘 알려진 과학자라는 점도 기대와 다른 부분이다. 기존의 위인은 이 책으로 다시금 위인이 되었다. 다루었다 와 비중있게 다루었다 의 차이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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