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사냥꾼 - 이적의 몽상적 이야기
이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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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서 읽는다, 사서 읽는다 하다가 읽지 못하고 있던 <지문 사냥꾼>을 결국 대출을 했다. 가볍게 읽을 책이 필요했고 그런 나를 이끌기엔 충분한 매력이 있는 책이었다.

  가수 '이적'이 쓴 이 책은 그를 가수가 아니라 시인으로 보게 만들었다. 원래부터가 그의 노래가사는 시적이라고 느껴오던 차에 책을 읽으며 몽상가임을 느꼈다. 그에대해 소설가 김영하는 이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오호, 이 친구 말장난을 좋아하겠는데!'192p 그리고 '아, 이 친구, 이야기를 좋아하는군!' 192p
  김영하작가가 말했듯 <지문 사냥꾼>에는 그의 이야기와 말장난이 고루 들어가있었다. 피리부는 사나이 이적, 그의 이야기는 매력있었고 파격적이었다.

  그의 이야기는 그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발상으로부터 시작되는 것 같았다. 삽화들의 반란 "활자를 먹는 그림책" 보통인간이고 싶은 음혈인간 "음혈인간으로부터의 이메일" 육체를 버리고 지구에 찾아온 "외계령" 몸이 작아져 다른사람들의 기억을 옅보다 거미가된 "제불찰 씨 이야기" 등등 그의 발상은 참신하고 허를 찔렀다. 이 글들의 매력은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지문 사냥꾼>에서 내가 소개하고 싶은 단편은 "제불찰 씨 이야기"와 표제작 "지문 사냥꾼" 그리고 "자백"이다. "제불찰 씨 이야기"는 이 단편집에서 제일 공을 들인듯한 소설이었다.(물론 다른 작품들도 그렇지만) 가장 잘 다듬어지고 울림도 컸다. "지문 사냥꾼"의 울림도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자백"은 당돌함이 돋보였다.

  "제불찰 씨 이야기"에서는 이고소제사 로 타인의 귀지를 제거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다. 제불찰 씨는 유년시절 괴롭힘을 당한다. 그리고 우애좋던 누이마저 그를 괴롭히던 아이와 눈이 맞는다. 제불찰 씨는 소통을 위해 이구소제사가 되지만 사람들은 소통하려하지 않는다. 그의 명성이 커짐에 따라 그의 몸은 점점 작아진다. 그 몸 덕분에 그는 인정을 받는다. 어느 날 귀를 청소하는 도중 사람들의 기억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귀를 팔 때마다 사람들의 기억을 본다. 그러던 어느 날 비밀회담에 참석하는 젊은이의 귀를 청소하게 된다. 그는 어렸을 적 제불찰 씨를 괴롭혔던 아이였다. 제불찰 씨는 그의 기억을 파괴해간다. 제불찰씨는 분노로 거미가 되고 체포되어 공개제판을 하게된다. 그는 무죄가 되었지만 결국은 하수구 아래로 떠내려간다.
  이후의 이야기에 제불찰씨 덕에 성공한 몇의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그들에게 제불찰 씨는 기억되지 않는다. 제불찰 씨의 인생은 쓸모있는 인생이었을까. 감히 생각해본다.

  표제작인 "지문 사냥꾼"은 깊은 울림을 주었던 단편이었다.
  목매달린 여자에게서 태어난 L은 무언가 사라지게 하는 능력있었다. 그는 자신을 거두어준 감찰관의 말을 믿으며 일을 한다. 마침내 하게된 일이 지문 사냥이었다. 한편 C는 자신이 어린 소년에게 아무것도 못했다는 걸 떠올리고 도시로 간다. 그녀에겐 이미 손금이 없다. 그리고 빈집털이범 J는 감찰관의 대저택에 들어서게 된다. L는 J의 지문을 훔치려하지만 감찰관의 배신으로 포위된다. L은 감찰관을 소멸시키고 자신이 사라지게 하는 능력만 있음을 한탄한다. 하지만 그를 안은 C에겐 새로운 생명이 깃든다.
  결말을 보면 지문사냥꾼이 완전 소멸의 길로만 가는 것은 아니다. 그는 분명 새로운 생명을 C에게 불어넣었고 C는 그 아이를 낳는다. 끝내 소멸되지 않은 생명력. 난 그것을 느꼈다.

  "자백"은 읽는 내내 통쾌했다. 참 당돌한 단편이었다. 그는 공연이나 영화를 보는 도중에 방해하는 치들을 살해한다. '나'의 가방은 점점 무거워진다.(준비물로) 핸드폰 끄는 소리를 낸 사람을 목졸라 죽인다든가 영화좌석 앞자리에 머리큰 사람을 톱으로 자른다든가, 비매너의 젊은 아주머니와 아이들을 솜사탕장수에게 맡겨버린다든가 하는 것이었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통쾌해지고 뻥 뚫리는 듯한 소설이었다. 그의 해학을 드러내는 듯했다.

  책은 빠른 시간에 읽어나갔지만 그의 이야기에 빠져나오는 것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이 글을 쓰면서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 이야기를 좋아하고 말장난을 좋아하는 작가. 그의 노래를 듣게된다면 지금까지와 다른 감상을 하게될 거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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