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징가 계보학 창비시선 254
권혁웅 지음 / 창비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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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과서에 실린 시를 제외하면 시를 접하는 게 거의 처음이라 긴장과 설렘이 뒤섞였다. 시를 쓰는 친구에게 부탁해 선물받은 이 시집은 굉장히 '서사적'이라 산문쪽에 관심이 있는 나에게 맞을 거라고 했다. 과연. 이 시집에는 산문시가 더 많았다.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쉽게 읽혔다. 

   권혁웅이란 시인을 난 <두근두근>으로 먼저 접했다. 굉장히 재밌는 사람, 이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시집을 읽으면서 뼛속까지 시인인 사람이라고 느꼈다. 그가 말하는 언어는 너무 감미롭고 아름다웠으며 아이러니였다. 

  시집을 리뷰해본 적이 없기에 조심스럽긴 하지만 단편집 리뷰하듯 마음에 들었던 시 몇 편을 적어볼까 한다. 내가 소개하고싶은 시는 표제작인 <마징가 계보학>과 <독수리 오형제>다.

사내에게 역마가 있었다면 여자에게는 도화가 있었다. 

  <마징가 계보학>은 마징가z, 그를 이긴 그레이트 마징가, 그리고 짱가, 그랜다이져. 그 순서로 이루어져있다. 그냥 가볍게 읽어나가다가 마지막 그랜다이져에서 찡해져왔다. 그들이 거기서 세월가 계란을 잊은 채... 초록빛 자연과 푸른 하늘과... 내내 행복하기를 바란다 이 부분에서 작가의 따뜻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독수리 오형제>는 다섯마리의 새가 모여 불새가 되는 모양을 그렸다. 독수리 형은 작은 집을 나와서 더 작은 집에 들어갔고 콘돌 둘째형은 이름난 싸움꾼이었고 백조 누나는 술잔을 집었고 제비 정복이는 그냥, 바빴고 올빼미 셋째형은 연탄가스를 마셨다고 했다. 그들은 불타는 곰발바닥들을 버려두고, 그렇게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 본문보다 각주가 더 마음에 들었다. *사실 독수리 오형제는 독수리들도 아니고, 오형제도 아니다. 다섯 조류가 모인 의남매다. 다섯이 모이면 불새로 변해서 싸운다. 이 각주를 몇 번이나 읽었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시집이 결코 어렵지 않다고 느꼈다. 그건 내가 시를 몰라서일 것이다. 계속 읽어가며 좀더 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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