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눈물 사용법
천운영 지음 / 창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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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운영작가의 글을 <바늘>로 처음 접하고 많은 걸 느끼고, 당황했던 기억이 있어서 <그녀의 눈물 사용법>을 손에 쥐니 참 두근거렸다. 이 책을 접한 계기도, 이 책의 느낌도 좋아서 꽤 애착이 갈 거 같은 단편집이다.

  이 책은 책나눔, 이란 것으로 받은 책이다. 서로의 책을 교류하고 소개해주고 싶은 책을 보내고. 참 좋은 나눔이다. 첫 나눔을 이렇게 좋은 분과 좋은 책을 만나다니 난 참 행운아인 거 같다.

 

  각설하고, 천운영 작가의 책은 <바늘>만을 접했기때문에 난 천운영작가를 작은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 등단작이 나왔을 때 모두들 그녀를 칭하던 호칭이 그대로 뇌리에 박혀있었단 말이다. 가령 '욕망', '피', '갈망'따위의 단어이다. 이번에 책을 펴면서도 약간은 기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멈춰있는 내 사고와 달리 천운영작가는 움직이고 있었다. 작품해설 중 와닿는 구절이 있어 옮겨본다.

 

그녀의 세번째 소설집에 더 많이 함유되어 있는 성분은 핏물이 아니라 눈물인 것 같다.

<그녀의 눈물 사용법>~작품해설~268p

 

  이 비유는 이번 단편집 모두를 아우르는 탁월한 비유였다. 그녀의 책에서 피비릿내가 많이 가셨다. 그녀가 달라지고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작품이 와 닿고, 적어두고 싶지만 내가 소개할 작품은 표제작인 "그녀의 눈물 사용법"과 첫번째 수록작 "소년 J의 말끔한 허벅지" 두 작품이다. 이 두 작품을 고른 이유는 간단하다. 아까 말했듯이 변한 작가 천운영을 잘 드러내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소년 J의 말끔한 허벅지"는 누드사진관을 하는 '그'와 '그의 아내'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늙음, 그리고 그의 아내는 젊음을 가지고 있다. 서로의 젊음, 늙음을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그때 순수한 20대 청년 '녀석'이 나타난다. 녀석을 보자 그는 잘못된 욕망을 느꼈다. 그렇다. 천운영의 예전 모습이라면 이쯤에서 뚫리지 못한 욕망이 드러나야 했다. 하지만 이번 소설은 달랐다. 녀석은 할머니의 누드를 찍는다. 그리고선 너무 뚱뚱한 사람, 너무 마른 사람, 너무 작은 사람, 암튼 자기 몸에 자신없는 사람들 사진을 찍어주는 거에요.(p41)라고 한다. 그리고 그의 욕망은 녀석을 보며 말끔한 허벅지로 승화된다.

 

  "그녀의 눈물 사용법"은 미숙아로 태어난 '그애'의 천도제 얘기로 시작된다. 그애는 미숙아로 태어났다. 인큐베이터 비용이 없던 부모님은 녀석을 장롱에 넣어 죽게하고 강물에 던진다. '나'는 홍역을 겪으며 그애가 우량아가 되어 나타난 것을 보았다. 우량아가 된 녀석은 나가 그애의 죽음을 보았던 7세에서 성장을 멈춘다. 그애는 나의 겉에서 나를 지켜줬다. 나는 울고싶을 때마다 남자아이처럼 오줌을 쌌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의 오빠가 우울증이 오고 모두 그애 탓을 한다. 천도제를 해야 한단다. 결국 천도제를 하게되고 그애는 사라진다.

 

그래 이상해. 눈물 흘리는 여자들이라면 질색이었는데, 그 여잔 자꾸만 등을 쓰다듬어주고 싶어. 머리칼도 쓸어올려주고 싶고. 옛날에 그애가 한 대로 뜨거운 입김도 불어넣어주고 싶고. 아니면 함께 눈물 흘려도 좋고.

<그녀의 눈물 사용법>~69p

 

  그애가 떠나면서 나는 성 정체성을 찾게 된다. 처음에 언급했다시피 천운영작가에게 욕망은 옅어지고 있었다. 그 공백을 사랑이 매우고 있었다. 피가 아니라 눈물으로 쓴 글. 천운영은 변하고 있었다. 한 자리에 멈춰선 그녀가 아닌, 변하는 그녀. 난 이 책의 여운에서 금방 빠져나가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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