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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 묵은 고양이 요무 ㅣ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63
남근영 지음, 최미란 그림 / 시공주니어 / 2019년 6월
평점 :

백 년 묵은 고양이 요무는 요즘 보기 드문 동네의 정경, 동물과의 교감, 따뜻한 가족애, 이웃간의 정, 한번 거둔 짐승은 끝까지 함께 하는 책임감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작품이다. 영지는 시골 할머니집에서 산다. 영지 엄마는 도시에서 일을 하고 있다. 할머니의 반대로 강아지를 키울 수 없는 영지는 속상하다. 할머니는 영지가 도시로 떠나고, 혹여 자신이 세상을 뜰 경우 남겨질 동물의 처지조차 배려하는 분이다. 하지만, 끼니 때면 자꾸 집을 드나들며 애교를 부리고 밥을 먹는 길냥이에게는 당할 재간이 없다. 애기 울음마냥 기묘한 울음을 우는 고양이를 요물이라 부르며 쫓아내도, 다시금 집과 마음의 한 구석을 차지하며 영지의 걱정을 들어주는 요무는 정말 요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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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글을 쓴 남근영 작가와 그림을 그린 최미란 작가의 협업으로 완성된 책이다. 고양이를 요물이라 부르던 할머니와의 기억을 되살려 썼다는 사람 냄새 폴폴 나는 따뜻한 글과 책의 표지만 보아도 마음을 빼앗길 듯한 그림의 앙상블이 매우 좋다. 특히 표지의 뚱하면서도 시크한 요무의 얼굴과 꽃에 둘러쌓인 할머니, 영지, 요무의 만화같은 숨은 그림들이 그야말로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놨다하는 요물같은 마력을 지녔다. 마을과 학교의 풍경은 어떠한가? 골목길에는 동네 아이들이 누구하나 따돌림없이 다 함께 논다. 고무줄놀이, 딱지치기, 구슬치기, 땅따먹기 등의 놀이와 가운데 진짜 금을 그을 수 있는 기다란 나무책상, 마룻바닥에 기름을 먹여 광을 내는 모습 등은 옛 세대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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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의 정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몸이 아파 드러누운 할머니에게 동철이의 엄마는 죽을 끓여드리고 영지를 데려와 저녁밥을 함께 먹는다. 이것은 요즘의, 특히 도시의 이웃들에게서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이 씬으로 인하여 언젠가 홀로 남겨질지 모르는 요무에 대한 걱정은 사그라든다. 사람에 대한 이웃의 정은 동물에게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요즈음의 각박하고 믿을 만한 이가 별로 없는 어지러운 세상에서, 적어도 책을 보는 순간만큼은 우리 아이들이 친구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법을 배우고 이웃의 정과 동물까지 아우르는 따뜻한 가족애를 함께 느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