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앉는 자리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사상사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경악스러운 반전이라는 호들갑스러운 소개를 하고 있지만, 그다지 경악스럽지는 않습니다. 초반부터 복선이 조금씩 깔려 있었던 데다 전작에서도 비슷한 트릭을 몇 번인가 쓴 적이 있는지라... 대강 어떤 트릭인지는 중반부쯤 되면 짐작 가능합니다. 추리라기에는 부족합니다만, 이 책의 중요한 포인트는 추리가 아니겠지요.

최근 읽은 책 중에서는 아사이 료의 '누구'와도 비슷한 감성을 느꼈습니다.

 

굉장히 타겟층이 한정된 책이라 생각합니다. 작가는 이 글을 28살 때 썼다고 들었는데요, 실제 그 나이대에서 1~2살 전후가 가장 알맞지 않을까요. 요약하자면 학창시절의 흑역사, 혹은 백역사에 연연하거나 사로잡힌 사람들이 의심암귀가 되는 이야기입니다만.. 그 시절과 너무 가까우면 알 수 없을 것이고, 너무 멀어져도 알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직 사회에 정착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미 학생은 아니고, 자신의 인생의 가능성이라는 것이 대략 어느정도인지, 내가 사회에서 어느정도의 위치까지 갈 수 있을지 한계를 깨닫게 된 시점의 사람들에게 맞지 않을까요. 그 중에서도 학창시절의 우정이라던가 인간관계 등에 가치를 두는 사람에게만 한합니다.

 

결국 인간은 자기를 기준으로 타인을 멋대로 재단합니다. 영리하고 현명해보였던 사람이 의외로 추한 일면을 드러내기도 하고, '싫은 여자' 로밖에 보여지지 않았던 인물이 의외의 상처와 고민을 안고 있거나 합니다. 이 소설에서 몇번이고 다각도로 조명된 캐릭터 '교코'에 대해서 특히 그렇게 느꼈습니다. 아름답고 뛰어난 군계일학의 여학생에서, 성격 더러운 최악의 여자, 그렇게 제멋대로 감상을 품는다 한들 어디까지나 타인의 판단이지 실제 그녀가 어떤 인간이고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는지는 그녀의 본심을 들여다보기 전까지 알 수 없습니다.

 

뭐 그래도, 결국 어느정도 구제..?를 주는 면에서 완독 후는 기분좋게 책을 덮을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런 면 때문에 가볍다고 말해지는 지도 모릅니다만, 문학성이라는 게 읽고 나서 기분이 찝찝하고 무거워지는 걸 가리키는 거라면 전 츠지무라 미즈키의 이런 가벼운 상쾌함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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