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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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문구가 대단한 찬사길래 일단 질러서 읽어보았다. 이른바 신인류의 설정에서 약간 유치함이 느껴졌고, 엔딩이 다소 아쉬웠다.(유년기의 끝처럼 대놓고 막나갈 게 아니라면 이 엔딩밖에 없긴 했지만) 그 정도를 빼면 나무랄 데 없는 걸작... 수작? 일단 확실한 건 한번 집어들면 700페이지에 가까운 텍스트를 쉴새없이 읽어내려가게 된다는 점이다.

 

콩고로 파견된 4명의 용병들과 그들의 타겟인 신인류, 그리고 아버지의 유산을 물려받아 사건에 휘말리는 평범한 일본인 대학원생과 그와 알게 된 한국인 유학생의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진행된다. 하인즈맨 리포트에 나온 새로운 진화인류의 존재를 알고, 그들을 멸종시키기 위해 고용된 용병부대가 오히려 진화인류에게 설득당해 손을 잡아 아프리카를 탈출한다. 그런 한편 일본에서는 죽은 아버지로부터 500만엔과 낡은 아파트와 컴퓨터에 설치된 프로그램 '기프트'를 물려받은 한 대학원생이 불치병에 대한 특효약을 개발한다. 당연하지만 이 두 이야기는 중간 즈음에서 하나로 이어지며, 둘은 협력해서 특효약을 개발해서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리고 아이는 무사히 살아남아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그 사이사이에 워싱턴에서 네메시스 계획을 지휘하는 천재 과학자, 일본인 청년이 보고 듣고 겪은 한국에 대한 차별과 관동 대지진 당신의 재일교포 학살, 난징 대지진, 아프리카의 소년병들 등의 에피소드가 양념처렴 뿌려져 있다. 제노사이드가 보여주는 것은 인류의 추하고 지저분한 죄업이고, 그것을 바라보는 것은 너무 우월한 지능을 지녔다는 이유로 목숨을 위협당하는 3살짜리 피그미족 소년의 투명한 눈동자이다.

 

진화인류의 시점에서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고 바보같은 생물인지 보여주다가도 마지막 순간에 작가는 말한다. 바보같고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면서도 인류는 끊임없이 본능에 반하여 이타적이고 선한 동기로 행동했기에 번영할 수 있었고,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진화 인류라고.

조금 다른 형태지만 아서 클라크의 "유년기의 끝"을 연상시키는 면이 있었다. 다소 진부한 결론이었지만 페이지를 넘기게 만드는 재미는 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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