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관하여 - 비로소 가능한 그 모든 시작들
정여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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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마흔은 그렇다. 나 자신의 결핍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것조차 보이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너무 훌륭한 사람으로 착각하는 사람일 것이다. 우리 모두에겐 저마다 태생적인 결핍과 고쳐지지 않는 단점과 절대로 채워지지 않는 콤플렉스가 있다. 그것을 완전히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용기만이 우리 자신을 진정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마흔은 그렇게 나 자신의 모든 그림자를 받아들이는 ‘완전한 수용(total acceptance)’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

‘내가 왜 그 사람에게 실망했을까, 내가 왜 그의 사소한 몸짓과 말투에도 상처를 받는 걸까’를 돌아보는 마음챙김을 해 보면, 그것은 그 사람에 대해 내가 ‘이미’지니고 있는 감정 때문임을 알 수 있다. 나는 그 사람을 완전히 객관적으로 볼 수가 없고, 내 마음에 비친 그 사람의 모습만 볼 수 있다. ‘그래도 저 사람은 나를 이해해줄 거야’라는 기대감이 ‘아, 이럴 수가’라는 실망감을 만들어내고, ‘네가 나에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라는 분노는 ‘내가 너를 이만큼 좋아하니까, 너도 나를 이 정도는 좋아해줘야 해’라는 기대감에서 시작된다.

 

(.....)

나는 나 자신에게 묻는다. 저 사람이 내 기대를 저버렸다고 해서, 그 사람을 싫어해야 할까? 그럼 이제는 예전보다 훨씬 차분해진 내 마음은 이렇게 대답한다. 한 번 기다려보자. 그 사람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자.

 

-마흔에 관하여. 정여울. 한겨례

 

 

 

마흔의 열 발자국 중 새해면 벌써 네발자국을 걷고 있다. 마흔에 막 접어들었을 때의 공포와 두려움은 혼란의 시기였다. 앞자리가 바뀌는 것이 처음도 아닌데, 마흔은 인생의 절반을 허망하게 보낸 듯 했고 앞으로 변화되지 않을 것 같은 나의 삶에 대한 막연함이 공포와 두려움으로 감쌌다.

 

대면 할 수 없는 그 무언가를 피해버리기부터 시작했다. 술을 먹고 잊어버리려 하기도하고 울면 털어질까 목청 높여 울기도 했다. 그렇게 이리저리 피하고 도망쳐도 깊은 수렁에만 빠질 뿐 도망칠 수 없었다. 마흔에 관련된 책들을 찾아 읽어도 봤지만 공감하지 못했다.

 

그렇게 방황하다 우연히 모임을 찾아가게 되었고 1년을 그렇게 글쓰기와 독서모임, 그림모임으로 직장 외의 시간을 달렸다. 그 중 글쓰는 모임에서 어떤 글제를 받고 글을 쓸 때마다 나의 내면아이를 꺼내게 되었다. 내면 아이는 유치원생,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다양한 나이와 모습으로 밖으로 나왔고 안쓰러워 울기도 하며 글을 썼다.

 

‘그랬구나’, ‘애썼네... 여기까지’ 나의 내면아이의 얘기를 들어주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러면서 내면아이를 객관적으로 보게 되었고, 내면아이를 외면하기보다 인정해주게 되었다. 그러면서 타인을 바라보던 나의 시선도 어쩌면 내면아이가 바라보는 시선이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의 전환이 되면서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이 모든 것이 마흔이 나에게 준 것들이다.

 

‘마흔에 관하여’는 마흔을 맞이하는 독자나 마흔을 이미 보내고 있는 독자에게 기다림의 여유, 나를 객관화하기, 자신의 그림자를 받아들이는 ‘완전한 수용’, 평생의 습관을 기를 수 있는 최고의 시간이 마흔이라고 한다. 마흔의 장점이 이렇게 많았었나? 내가 두려워했던 것은 지극히 일부였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쯤 정여울 작가의 ‘마흔에 관하여‘를 만났고, 지난 날들을 멋지게 정리하는 느낌을 받았다. 흔들렸던 마흔을 함께 보내고 있다는 따뜻한 손내밈 같기도 하다. 정여울 작가의 친절한 문장은 늘 좋다.  섬세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정여울 작가의 시선에 감탄한다. 책이 나오자마자 책방에 미리 예약을 하고 신간을 받아 즐거웠는데 우연히 서평이벤트 공지를 보고 서평책도 받게 되었다. 구입한 책은 이제 마흔이 되는 모임의 엄마에게 선물했다. 읽고 싶은 책을 받았다며 넘 기쁘게 받아 나도 기뻤다.

 

한해가 곧 끝나간다.

 

이제 두려움 보단 설레임으로 내년을 맞이해야겠다.

책을 무료로 받아 서평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구입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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