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해 - 더 자유롭고 평등한 학교를 만드는 열 개의 목소리
홍혜은 외 지음 / 동녘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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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해_2018.06.


[1. 그 모습 그대로 살아가도 괜찮아/홍혜은_지극히 사적인 페미니즘 저자] 16-18p

그러고 보면 그때 교복을 입은 우리의 몸은 너무 드러내도, 너무 숨겨도 큰일이 나는 무엇이었다. 우리는 교복을 입자 굳이 브라가 필요할 만큼 가슴이 자라지 않아도 브라를 해야 했다. 처음에는 선생님이나 엄마만 눈치를 주었는데, 나중에는 친구들끼리도 그걸 입지 않은 애를 이상하게 생각했다. 게다가 브래지어가 보이지 않게 그 위에 민소매를 받쳐 입어야 했다. 한번은 민소매를 입지 않아서 하복 위에 브라가 훤히 보이는 게 남세스럽다, 선생님이 학생 뒤에서 속옷 끈을 잡아당기며 혼내는 걸 보기도 했다.

나도 얼마 전에야 이 큰 비밀을 알게 되었지만 너무 꽉 조이는 브라는 백해무익하며, 아무리 편안한 브라라도 안해도 그만이다. <제윤의 삶>이라는 웹툰에서는 브라를 해야하는 여성의 고충을 이렇게 적었다. “가슴이 있어서 (속옷으로) 그 가슴을 가렸는데, 속옷을 보임으로써 가슴을 가렸다는 걸 남들이 알게 하면 안 된다.” 10대였던 우리는 한층 더 했다. 가슴이 있든 없든 가슴이 있을 만한 자리를 가려야 했고, 가린 걸 또 잘 가려둬야 했고, 브라를 가리는 일을 깜빡하면 굳이 그 사실을 남들 앞에서 큰 소리로 폭로하며 적극적으로 망신을 주는 사람마저 일상에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일상은 당혹스러웠다. ‘아니, 실수로 안 입을 수도 있는데 굳이 그렇게까지?’라는 생각과 동시에 나는 꼭 까먹지 말고 민소매를 받쳐 입어야겠다는 생각이 따라붙은 기억이 지금도 떠나지 않는다.

 

[6. 페미니스트가 아니면서 좋은 교사일 수는 없었다/최현희_초등학교 교사] 77-78p

자기 외모에 비교적 무감하거나 장난스럽게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하는 남학생들에 비해 여학생들이 자기 몸을 지나치게 높은 기준으로 평가하는 현실을 그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도 될까? 이 질문을 처음 진지하게 던지던 날의 퇴근길이 아직 선명하다. 길거리 사방에 마르고 젊고 예쁜여자들의 전신사진이 상점·버스·지하보도 등 어디에나 걸려 있었다. 텔레비전을 틀어도 마찬가지였다. 다양한 연령대·체형·외모 등의 남성이 보이는 것에 비해 여성은 대부분 표준화된 미모를 가진 날씬하고 젊은 여성이었고, 나이대가 있는 경우에는 대부분 육아와 가사를 책임지는 엄마주부의 역할로 등장했다. 여아들은 미디어를 통해 뛰어난 외모나 모성적 자질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는 다양한 여성 롤모델을 경험하기가 힘든 환경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9. 남교사들에게 보내는 편지/최승범_고등학교 교사] 115-116p

주변의 여학생들을 둘러봅니다. 다수의 학생들이 미디어가 부각하는 여성상에 자신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더 짧은 치마를 입고, 더 진한 화장을 합니다. 더 마른 몸을 원하고, 더 간드러진 목소리를 내려 합니다. 반장보다는 부반장에 도전하려 하고, 직설적인 표현 대신 에둘러 말하려 합니다. 남학생보다 수학과 과학을 못한다는 어떤 과학적 근거도 없지만, 이미 굳어진 인식과 시선 때문에 자연계열 진학을 망설입니다. 집에서는 오빠와 남동생의 밥을 차려줄 것을 요구받고, 밖에서는 불편한 시선, 불쾌한 접촉을 당해도 자기 단속을 먼저 합니다. 남자는 돈, 여자는 외모라는 기성 담론을 학습하여 자신을 변명하기도 합니다. 데이트 비용은 남자가 내야 하고, 여자는 애교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여학생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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