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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용설명서 - 단 한 번뿐인 삶을 위한 일곱 가지 물음 ㅣ 인생사용설명서 1
김홍신 지음 / 해냄 / 2009년 6월
평점 :
이 책을 첨에 몇 페이지 읽을 때에는 조금 실망스러운 점이 없진 않았지만, 다른 인생 지침서와 엇비슷한 느낌이 들어, 내처 이틀동안 조금씩 읽다보니, 중간쯤부터 이 책을 쓰게된 진정한 이유를 찾아낸 거 같아 못내 다행스러웠다.
책을 읽는 내내 맘의 평안과 비움과 절제된 생활, 자존심이라는 게 뭔지를 한 번쯤은 냉정하게 생각해 볼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이 맛이 책 읽는 이유와 재미가 아닌가 생각하게도...
원망, 비난, 화, 욕심, 남의 탓으로만 몇 년을 살아온 나였기에 새삼 지난 시간을 되돌아볼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이 책을 읽음로써...
"난 진정 누구의 멘토가 될 것인가?" 라든지...
글 내용 중 <인연>이라는 시 한 수는 목이 한참 마른 참에 달콤한 약숫물을 마신 기분이었다.
인연
김홍신
칠석마다 옥황상제 따님이
금강산 천선대에 사뿐 내려앉아
비단결로 땅내음 맡고
올라간다 하더이다
비단결에 금강산이 다 닳으면
한 겁이 되고
그렇게 금강산 억 개가 닳으면
억겁이 되고
그제서야 사람과 사람이
만나다고 하더이다
부서진 해적선 뱃머리의 송판 한 조각
파도에 밀려다니며 세월을 얽어
관솔이 빠져나간 구멍 하나
생겼다 하더이다
천년에 한 번 숨 쉬는 거북이
깊은 바다 속에 솟아올라
숨 한 번 마악 쉴 참에
왜 하필 거북이가 그 구멍에
머리를 내밀고 숨을 쉰단 말이오
인연이란 그렇다 하더이다
ㅡ 129페이지
미움이 무거우면 버리고 사는 지혜를 잘 알려주는「인생사용 설명서」인 거 같다.
아직 여러 번 더 읽어야 외워지는 글귀들이 있어 한동안 들고 다니면서 짬짬이 읽어볼 참이다.
한 번쯤 맘의 평안을 찾아서라도 얻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 김홍신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