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청과 부동명왕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생 첫 펀딩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Good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Good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전출처 : jedai2000 > 제다이가 뽑은 일본 미스터리 랭킹 20 (마지막)

* 완벽하게 주관적인 순위입니다.

** 장르를 떠나 넓게 봤을 때 미스터리 요소가 있는 작품은 포함했습니다.

*** 국내 번역본이 나와 있는 책만을 대상으로 했고, 당연히 국내에 출간된 모든 일본 미스터리를 읽지는 못했습니다. 

 

5위. 불야성 - 하세 세이슈

 

 

   타오르는 환락의 불로 꺼질 줄 모르는 밤을 지새우는 도쿄 가부키초. 차별받는 대만인 혼혈아 류젠이는 어려서 고아가 됐고, 현재는 장물아비 노릇을 하며, 남의 등에 칼을 꽂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이 비정한 도시의 한 마리 들개처럼 살아간다. 처음으로 살인한 건 고등학교 때. 어느날 류젠이는 상하이 계파의 보스 유엔천쿠이의 호출을 받게 되고, 그로부터 옛 친구인 우휴춘이 가부키초로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휴춘은 유엔천쿠이의 오른팔을 죽이고 잠적한 상태였다. 마치 지옥의 사자 같은 유엔천쿠이는 류젠이를 이렇게 협박한다. "네 친구니까 네가 책임지고, 3일 안에 우휴춘을 내 앞에 데려와라. 그렇지 않으면 넌 죽는다."

 일본 하드보일드, 느아르의 귀재 하세 세이슈의 대표작이다. 일본 사회에서 천대받는 혼혈아인 류젠이(그래서 항상 혼자다)가 상하이와 북경, 대만의 계파 전쟁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게 기둥줄거리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책에 나오는 모든 등장인물은 철저한 악인들이다. 작가는 '불야성' 가부키초를 내가 먹지 않으면 먹힌다는 정글의 생태로 치환해 독자들에게 쉽사리 잊혀지지 않을 강렬한 에너지를 선사한다. 류젠이가 받은 사형선고일은 오로지 3일, 그 3일이라는 데드라인이 주는 넘치는 긴박감과 한다 하는 지략가들의 치밀한 암투와 간계, 배신으로 점철된 인간 관계, 총격전과 육박전의 박력까지 이 모든 것이 섞여 돌아가는 불꽃 같은 작품이다. 일단 한 번 페이지를 잡으면 절대로 놓을 수 없다. 하세 세이슈는 데뷔작인 이 작품을 더쉴 해미트의 <피의 수확>에서 착안했다고 밝혔으며, <진혼가> <장한가>로 이어지는 '류젠이3부작'으로 완성했다. 소문에 의하면 이 작품들의 판권을 가지고 있는 국내 출판사가 있다는데 도대체 꿩궈먹은 소식이다. 이 책들을 내지 못할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당장 출간할 것을 엄중 경고하는 바이다.

 

 

 

4위. 점성술 살인사건 - 시마다 소지

 



  이시오카(그의 이름을 영어로 쓰면 아마 '왓슨'이 될 것이다)는 점성술사 친구 미타라이 키요시를 찾는다. 미타라이가 들으면 재미있어 할 이야깃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란 다름 아닌 '헤이세이 점성술 살인사건.' 태평양 전쟁 전 점성술에 홀려버린 서양화가 우메가와는 모든 미美의 정수인 '아조트'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여섯 명의 딸을 희생시킨다. 불가사의한 이 연쇄살인사건은 그후 몇 십 년 동안 누구도 풀지 못했다. 비상한 두뇌를 가진 미타라이는 곧 흥미를 느끼고 이 사건에 뛰어든다.

 <점성술 살인사건>은 퍼즐 미스터리의 정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작가는 다른 곁가지를 모두 배제한 채 점성술 살인사건이라는 단 한 가지 수수께끼에만 몰두하며, 사건의 배경과 단서를 주의깊게 노출시키고, 로지컬한 추리와 독창적인 트릭에 집중함으로써 사회파나 하드보일드가 유행하던 80년대 일본 미스터리계에 신본격 열풍을 몰고 왔다. 이 작품을 읽으면 누구나 코넌 도일이나 애거서 크리스티가 득세하던 황금기의 미스터리를 떠올릴 것이다. 무엇보다 대단한 건 작품의 핵심 트릭으로서, 크리스티나 앨러리 퀸이 읽어도 혀를 내두를 만큼 뛰어나다. 어쩌면 일본인만이 착상 가능할 지도 모르는 엽기적인 트릭이지만 너무나도 기발하고 참신해 시마다 소지의 천재성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3위. 망량의 상자 - 교고쿠 나츠히코

 

   

 고서점 '교고쿠도'를 운영해 별명도 교고쿠도인 수다쟁이 추젠지 아키히코는 조상 대대로 요괴를 퇴치하는 음양사 일도 병행하고 있다. 전작 <우부메의 여름>에서 밀실에서 연기처럼 사라진 남자와 18개월째 출산을 하지 못하고 있는 그의 아내의 사건을 멋지게 해결해낸 적이 있는 교고쿠도는 이 작품 <망량의 상자>에서 열차사고로 온 몸이 부서진 인형처럼 박살난 소녀가 병원에서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연기처럼 사라진 사건에 말려든다. 이 소녀의 믿지 못할 이야기와 더불어 연달아 벌어지는 기묘한 사건들을 하나로 꿰어 교고쿠도는 사건의 압도적인 비밀과 진실을 독자들 앞에 펼쳐놓는다.

 일본 전통의 요괴를 미스터리와 결합하고, 독특한 개성을 가진 등장인물들을 창조해 일종의 '교고쿠 월드'안에서 뛰어놀게 만드는 교고쿠 나츠히코는 일본 내에서 현재까지 신드롬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작가다. 주인공 교고쿠도의 입을 통해 요괴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동, 서양의 온갖 현학을 어마어마하게 펼쳐놓는 취향이 있어 1,000페이지를 예사로 넘는 엄청난 볼륨이지만 현실에서 접할 수 없는 기이하고 환상적인 분위기가 충분히 독자를 몰입시킨다. 이제는 슬슬 물리는 감도 있고, 너무 길어 읽기 힘들다는 독자도 조금씩 나오지만 <망량의 상자> 단 한 편만으로도 작가는 존경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기묘한 사건들이 하나로 합쳐져 진실의 밑그림이 그려지는 결말의 스펙타클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고, 지옥의 풍경을 잠깐 엿본 듯한 그로테스크함도 일품이다. 일본 미스터리 사상 손꼽힐 만한 역작.

 

 

2위. 마크스의 산 - 다카무라 가오루

 

        

    씨가 있어야 꽃도 피고 나무도 되는 것처럼 모든 비극에는 그 출발점이 있기 마련이다. 1976년 일본의 미나미 알프스에서 한 가족이 자동차 배기가스 자살을 시도해 사내아이 하나만 구사일생으로 살아난다. 곧 시간적 배경은 1991년 현재로 돌아와 사회의 엘리트들이 연속으로 살해되는 사건이 그려진다. 수사 1과 7계 고다 주임 외 경관들이 밝혀낸 바에 의하면 그들은 한 대학교의 등산회원으로 동기생들이다. 왜 그들은 죽어야 했을까? 고다가 밝혀내는 사건의 진상에 독자들은 아연해질 것이다.

 1993년 제109회 나오키상 수상작. 현대 일본 경찰소설의 최고봉으로 작가 다카무라 가오루의 지금의 입지를 만들어준 결정적인 작품이다. 과거의 사건들과 현재의 사건이 맞물려 돌아가는 절묘한 구성과 일가족 자살사건, 전공투 등의 소재를 통해 당대 일본 사회를 소설 안에 오롯이 재현하려는 노력이 돋보이며, 엄청난 취재가 선행되었으리라 여겨지는 수사 과정의 정밀한 묘사가 입을 다물게 한다. 끝모를 허무감과 비애에 젖어 있는 고다에 대한 묘사도 훌륭하며, 산으로 시작해 산으로 귀결되는 결말의 감동 역시 일품이다. 고다 시리즈는 <석양에 빛나는 감>과 <레이디 조커>로 이어지는데, 국내에서는 '일본 미스터리의 여왕'으로 일컬어지는 다카무라 가오루의 작품들을 별로 만나볼 수 없어 늘 안타깝게 생각한다.

 

 

1위. 화차 - 미야베 미유키

 

 

 은퇴할 나이에 부상을 당해 휴직 중에 있는 혼마 형사에게 처조카가 찾아와 자신의 약혼녀를 찾아 달라고 부탁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결혼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실종된, 단지 소박한 행복을 느끼는 게 꿈의 전부였던 그 여자 세키네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미스터리 소설의 세계에서는 어찌 보면 평범하다 할 수 있는 한 여자의 실종이라는 사건의 조사에서 속속 드러나는 사실들은 자못 충격적이며, 담배나 술이 절로 떠오를 만큼 우울하고 애절하다.

 이 작품은 거대 자본주의에 매몰된 현대 사회의 여러 병폐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무엇보다 집중하고 있는 건 신용카드를 이용한 손쉬운 대출과 그 대출금을 막지 못해 젊은 나이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마는 가련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손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미야베 미유키는 좀더 현대적이고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된 신용카드라는 소재를 통해 침체에 빠진 사회파 미스터리의 면모를 혁신하고, 결국 애초에 돈 있는 자만 배를 불리고, 돈이 없는 사람은 끝없이 착취당하며 살아야 하는 자본주의의 본질에 접근한다. 그야말로 화차(지옥의 불수레)에 탄 것처럼 완전히 모든 걸 빨리기 전까지는 절대로 놓아주지 않는 현대 자본주의라는 괴물을 성공적으로 그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노련한 미야베 미유키는 사회 비판에만 매몰되어 작품을 딱딱하게 만드는 멋없는 짓거리는 하지 않는다. 안개 속을 헤매는 것처럼 단서 하나없는 실종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은 일급 미스터리로 손색이 없다. 등장하는 인물 하나 하나 개성이 넘치고 인간을 잘 그린다는 세평답게 심리 묘사도 완벽에 가깝다. 개인적으로는 몇 년 전 미스터리를 다시 잡았을 때만 해도 웬지 유치한 걸 읽는다는 부끄러움에 주변 사람들에게 떳떳이 권하지 못했는데, 메시지와 재미를 완벽하게 결합한 <화차>를 읽고 나서야 미스터리를 잡는 손이 부끄럽지 않게 되었다. 내게는 <화차> 이전과 이후가 분명하게 나눠질 만큼 의의가 큰 작품이라 1위로 선정했음을 아울러 밝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전출처 : jedai2000 > 제다이가 뽑은 일본 미스터리 랭킹 20 (3)

10위. 화이트 아웃 - 심포 유이치

 

 

  폭설이 한 번 내리면 걷잡을 수 없는 지방의 댐에 근무하는 도가시는 같이 일하는 친구와 함께 순찰을 나가다 조난을 당한다. 부상당한 친구를 구하기 위해 혼자 눈 속을 헤치며 댐으로 귀환하려 하나 사방이 온통 흰 눈雪이라 빛의 난반사로 인해 눈眼에 이상이 생겨 일시적으로 시각을 상실하는 '화이트아웃'에 빠져버리고 만다. 결국 사망한 친구를 가슴속에 품고 항상 죄책감에 빠져 사는 도가시. 1년 후 죽은 친구의 애인이 그가 죽기 전에 일했던 곳을 찾아보고 싶다며 방문할 예정이다. 하지만 초대받지 못한 자들이 또 있었으니 6억 톤의 물이 잠긴 댐을 점거해 수십억 엔을 챙기려는 테러리스트들까지 따라온 것이다.

 '설산의 다이하드'라고 불러주고 싶은 작품이다. 일본에서 영화화도 되어 크게 히트한 걸로 알고 있는데, 유감스럽게도 평은 그다지 좋지 않다. 영화를 보지 못했기에 이렇게 좋은 원작을 가지고 어떻게 훌륭하지 못한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떠나지 않는다. 이 소설에서는 자동소총과 각종 특수무기로 무장한 9명의 전문 테러리스트를 맞아 민간인인 도가시가 강렬한 투혼과 허를 찌르는 두뇌 싸움을 통해 한 명 한 명씩 처치하는 장면들이 연속되며 잠시도 시선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독자를 몰입시킨다. 깊은 자책감에 빠져 허우적대던 도가시가 다시 한 번 과거의 실패를 만회하고 죽은 친구의 애인을 살려내 자신을 구원한다는 대강의 플롯은 뻔한 만큼 익숙한 정서로 독자를 충분히 감동시킨다. 단 한 가지의 분명한 목적을 위해 인간의 한계를 넘을 정도로 분투하는 도가시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시길.

 

 

9위. 독원숭이 - 오사와 아리마사

 

 

 경찰 간부 출신이지만 커리어를 위한 정치 싸움에는 애초에 등을 돌리고 현장 일선에서 뛰며 범죄를 원수처럼 미워하는 '골통' 경관이 있다. 별명도 한 번 물면 절대로 놓지 않아 '상어'다. 신주쿠 상어 사메지마가 이번에 상대할 적수는 자신을 배신한 범죄조직 보스를 처치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온 대만의 프로페셔널 킬러 '독원숭이.' 대만 조직의 보스는 살기 위해 결연을 맺은 야쿠자의 도움을 받아 독원숭이를 상대하려 하지만 전설의 킬러 독원숭이는 주머니에서 물건을 꺼내듯 야쿠자들을 가볍게 죽이며 점점 목표 대상에 접근한다. 하지만 하늘에 해가 두 개일수 없듯이 신주쿠 바닥에는 상어와 원숭이가 공존할 수 없는 법!

 일본 하드보일드 미스터리의 대명사 오사와 아리마사의 대표작인 신주쿠 상어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 전작 <소돔의 성자>를 일반적인 하드보일드 스타일로 그렸다면 <독원숭이>부터는 작풍이 조금 달라진다. 작가는 누가 악당인지, 누가 범인인지 그 정체를 밝히는 일에는 처음부터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신주쿠 상어 사메지마와 한 판 제대로 겨룰 수 있는 호적수(독원숭이)를 설정해 두 사람의 대결구도 형식으로 몰아간다. 조금씩 맞수의 존재에 눈을 떠가는 두 사람이 스칠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엇갈리다가 결국 클라이막스에 이르러 한 판 제대로 맞붙게 만드는 것이다. 미스터리라고 하기엔 약간 어렵고, 어떻게 보면 통속적인 액션오락물에 가까울 수도 있지만, 워낙 페이지마다 박력이 넘쳐 그런 약점은 거의 눈치채기 힘들 것이다.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도 자신의 원칙과 자존심을 지켜야 하기에 목표에 접근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 철저한 전문가 근성, 우연히 만나 사랑하게 된 한 여인에 대한 헌신, 놀라운 무술 실력 등 독원숭이의 마력적 매력은 끝이 없으며, 밀어주는 이 하나 없어도 사명감 하나로 범죄와 맞서 싸우는 고독한 상어 사메지마도 정말 멋진 주인공이다. 이들 중 한 명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이야말로 정말 커다란 비극인 듯...

 

 

8위. 그로테스크 - 기리노 나쓰오

 



 세간에서 보기에 부족한 것 하나 없는 유능한 대기업의 여사원 가즈에가 밤에는 창녀 생활을 하다 살해된다. 전국이 떠들석한 가운데 이 사건을 알게 된 그녀의 고등학교 시절 친구(?)인 화자 '나'는 가즈에의 당시 모습을 회상한다. 그외에도 나의 동생이자 괴물 같은 아름다움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결국 창녀가 된 유리코의 일기, 중국 불법 이민자로 고단한 삶을 살다 그녀를 살해한 장제중의 수기 등을 통해 혼란과 증오, 악의와 바닥 모를 외로움으로 점철된 가즈에의 삶이 베일을 벗는다.     

 어둠의 소용돌이에 빠진 여성을 주인공으로 즐겨 그리는 작가 기리노 나쓰오가 일본 사회를 떠들석하게 만든 실제 사건을 토대로 한 여성의 매춘의 연대기를 기록한다. 어린 시절부터 고교시절을 거쳐 현재까지 한 여자가 남성 위주의 사회 속에서 좌절하고, 여성들 사이의 눈에 보이지 않는 질투와 외모에 대한 열등감 등으로 서서히 파멸해가는 과정이 처절하도록 소름끼치게 그려지는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놀랄 만큼 그로테스크하다. 어디서도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지 못해 밤거리를 헤매는 가즈에의 외면적 방황과 내면적 자아의 붕괴가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독자들에게 잊혀지지 않을 비애감을 남긴다. 칼날처럼 날카로운 기리노 나쓰오의 세계에 구원 따윈 없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기리노 나쓰오의 걸작.

 

 

7위. 모방범 - 미야베 미유키

 



도쿄의 한적한 공원에서 토막난 여자의 팔 한쪽과 핸드백이 발견된다. 대대적인 수사가 벌어지는 가운데 방송국으로 걸려온 한 통의 전화가 사건의 물줄기를 바꿔놓는다. 자신을 범인이라 지칭한 이 남자는 자신이 사건을 저질렀으며 팔의 주인은 이미 죽었지만, 핸드백의 주인은 자기가 데리고 있다고 밝힌다. 살인은 연이어 계속되고 그때마다 방송국에 떠들석하게 전화를 거는 범인은 마치 사건의 반향이 커져가는 걸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잘못된 방법으로 세상의 주목을 한 몸에 받길 원하는 비뚤어진 심리가 바탕에 깔린 '극장형 범죄'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인기와 실력 면에서 현재 공히 일본 최고의 작가로 부를 수 있을 듯한 미야베 미유키의 역작. 엄청난 분량의 작품으로 3부작의 구성을 취하고 있다. 1부는 사건의 향방을 르포처럼 외부에서 관찰하고, 2부는 범인의 시점에서 그들의 정신이 점점 병들어가는 모습과 결국 범죄라는 치명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과정이 묘사되며, 3부는 범인의 몰락과 평생 아픔을 안고 살아야 하는 희생자 가족의 끝없는 슬픔이 그려진다. 전대미문의 사건을 맞아, 누구도 원치 않았음에도 어쩔 수 없이 흉악한 범죄에 휘말려들게 된 평범한 사람들 모두가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데 작가는 이 많은 등장인물들에 골고루 시선을 나눠줌으로써 현대 일본 사회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을 때로 세심하게, 때로 장중하게 묘사하는데 성공한다. 심지어 범인에게까지 일말의 동정의 여지를 남겨둔 미야베 미유키의 인간적인 면모에는 누구라도 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6위. 점과 선 - 마쓰모토 세이초

 

규슈 해안에서 두 명의 남녀 시체가 발견된다. 남자는 건실하게 직장 잘 다니던 남자고 여자는 술집에서 일하는 호스티스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절망한 남녀가 동반자살을 한 게 아닐까 결론을 내린 수사팀. 하지만 집념의 노형사 도리가이와 도쿄의 민완형사 미하라의 끈질긴 추적으로 사건의 진상이 이내 떠오른다.

 공히 일본 미스터리의 선구자 3명 중 한 사람으로 꼽힐 자격이 충분한 마쓰모토 세이초의 걸작 미스터리(나머지 두 명은 당연히 에도가와 란포와 요코미조 세이시가 될 것이다). 원래 역사소설이나 순문학을 썼던 세이초는 종래의 미스터리 소설이 허황된 배경에 말도 안 되는 동기와 요란뻑적지근한 트릭이 남발되어 한 바탕 깜짝쇼로 요상하게 변질되어 가는 현실을 개탄했다. 그는 이 작품 <점과 선>과 <너를 노린다> <제로의 초점> 등의 소설을 잇달아 발표해 현실적인 배경과 그럴싸한 동기, 충분히 실현 가능한 트릭을 통해 기존 미스터리의 환상적인 요소들을 배제했으며, 당대 일본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작품 안에 끌여들어 환경오염이나 금융 사기 등 사회 문제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까지 아울러 보여주었으니, 이를 '사회파 미스터리'라고 부른다. 사회파의 비조인 마쓰모토 세이초의 명성은 오늘날까지 굳건하며, 미스터리를 애들이나 읽는 것이 아닌 어른들도 진지하게 접할 수 있는 읽을거리로 지위 상승시킨 공은 백번 칭찬해도 부족함이 없다할 것이다. <점과 선>은 점과 점이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것을 보는 사람들이 머릿속에서 두 점을 멋대로 이어 선을 만들어버리는 선입견을 이용해 멋진 트릭을 선보인다. 또한 크로프츠 식의 열차 시간표 알리바이 깨기 트릭도 충실하게 일본 풍으로 이식하는데 성공했다. 50년대에 나온 고전이지만 지금 봐도 얼마든지 재미있는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