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조경란님의 낭독회를 다녀와서>  

 

오후 3시에 집을 나섰다. 

중계역에서 신촌까지 가려면 지하철로 1시간 잡고, 내려서 어리버리하게 찾는데15분...어쨌든 여유있게 30분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곧바로 이층에 있는 '눌러주세요' 버튼을 누르고 자동문을 통과, 아니! 그런데 왜 이렇게 조용하지? 생각보다 썰렁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만남의 장소는 3층인데 아직 준비가 덜 되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잠시 후 10분전3층 자리에 착석 했다. 뛰엄 뛰엄 있던 자리도 1~2분 지나니 어느새 꽉 들어찬 분위기다. 모두들 작가님을 뵙기 위해 설레이는 순간이다. 

5시10분 쯤 남자 직원이 5분만 더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럴수도 있겠다 싶었다. 10분 후 작가님과 연극배우란 분이 함께 왔다. 오늘 여기에 모인 독자들 대부분은 아마도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 약속시간을 지켰을 것이다.  

내앞에 앉은 어떤 독자분은 딸 아이와 함께 강원도 강릉에서 첫 차로 왔다면서 자신은 작가님의 열혈 팬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저마다 이렇게 저렇게 몇 시간 씩 공들여 참여 했다. 작가님과 연극배우분은 25분이란 시간을 날려 버리고도 늦어서 죄송하다는 단 한마디도 없었다. 하시는 말씀은 사람이 생각보다 적다는 말 밖에...많이 실망스러웠다.  

오늘 주어진 시간이 1시간일때를 감안하면 35분동안 과연 질의 응답을 얼마나 이끌어 낼 수 있겠는가, 또 하나, 오늘 행사는 작가님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 낭독회다, 그런데 작품 세 편을 모조리 연극배우분이 낭독 했다. 작가님께선 독자에 대한 배려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한 작품만이라도 낭독 했어야 했다.  

낭독이 끝나고 독자가 궁금해 하던 물음이 이어 졌다. 연극배우분은 자꾸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다는 말 밖에...시간이 없는 관계로 한 분만 더 받겠습니다...라고 한다, 두 분이 시작부터 시간을 날려 버린 것을 왜 모르실까? 

 너나없이 우리들은 어떤 사물이나 대상에 대해 고정관념에 메어있다. 무대에선 언제나 관객이 먼저 있어야 주인공이 등장하고 강연회에선 청중이 있어야 강사가 나오고, 좀 바뀌면 안 될까? 작가와의 만남에선 작가가 5분 정도 먼저 와서 독자를 반겨주면 안 되는 것인가?  

집을 나설때 설레이고 가벼웠던 발걸음이 돌아오는 내내 지하철의 잡상인 봇짐보다 무거웠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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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과썰물 2010-11-09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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