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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써요, 뭘 쓰라고요? - 김용택 선생님의 글쓰기 학교
김용택 지음, 엄정원 그림 / 한솔수북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나는 아이들이 하는 말과 농부들이 하는 말, 그리고 자연이 하는 말을 받아썼습니다.”라며 책을 시작한 지은이는 약 40여 년간 섬진강 근처의 시골 학교 선생님이었고, 거의 200권에 가까운 책을 낸 작가이기도 하다. 그러니 지은이는 선생님, 시인, 작가라는 책과 관련된 일 중에서도 전문성이 필요한 일을 세 가지나 하는 셈이다. 그래서일까? 선생님 경력과 출간한 책의 종수만 봐도 ‘김용택 선생님의 글쓰기 학교’에 대한 기대감이 솟는다.
책에는 13년간 전국 곳곳에서 강연과 방송을 통해 글을 쓰고 싶어 하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아이들과 어른들을 만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어떻게? 입말과 꼬리잡기 방법이다. 등장인물은 21명이나 된다. 그래서 자세히 읽다 보면 책은 선생님 혼자가 아니라 아이들도 함께 쓴 듯싶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글쓰기와 그림 수업에 등장해 시인과 화가가 되어 책 읽기를 신 나게 한다. 가만가만 시를 다시 읽게 하고 그림을 들여다보게 한다.
구성은 ‘준비-글쓰기-정리’로 되어있다. ‘준비’는 세상 모든 것들이 찾아오도록 제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두고, 겪은 일 중에서 한순간을 붙잡아 쓰면 된다고 한다, ‘글쓰기’는 내 나무를 정해 관심을 두고 자세히 보는 일을 꾸준히 하면 이해가 되고 내 것이 되고 인격이 완성되어 세상과 관계를 맺는단다, 또, 관계엔 갈등이 있으니 조화를 꿈꾸게 되고 꿈을 꾸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고 이때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면 글이 된다고 꼬리잡기로 설명한다.
여기까지라면 지은이가 아이들 구슬로 엮은 보배는 그다지 빛나지 않을 수도 있다. 글이 된 생각에 꼭 필요한 게 있다는 뒷부분이 그러니까 정점이다. 그건 바로 감동! 사람들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감동은 살아 있는 것들에 있고 살아 있는 것들은 자연에 있으니 자연을 받아들이고 힘을 키우는 게 공부라 한다. 글을 쓰는 진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상의 모든 말이 세상을 아름답게 가꾸는 말이 될 수 있다는 ‘정리’에서는 용기와 온기가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