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은 한국사 - 왜 한국사는 세계사인가?
안형환 지음 / 김영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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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은 세계사 

-왜 한국사는 세계사인가?- 



한국인이지만 부끄럽게도 국사 공부가 따분하고 어렵다는 핑계로 수능 이후로는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해 한 번 찬찬히 공부해본 적이 사실 없었다.

또한, 내가 은연중에(?) 한국사에 관심을 잘 두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우리나라 역사를 살펴보면 일제강점기 등을 비롯하여 지난 5천 년동안 한반도에 외세의 침략이 끊이지 않았던 탓에 이 땅에 살았던 우리 조상들이 겪었을 그 비애가 나에게까지 전해져오는 듯하여 내심 마음이 아팠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들었던 의문은 '왜 우리나라는 이렇게 약했을까?'였다. 


한편으로는 그 많던 외세의 침략에도 불구하고 멸망하지 않고 끝내 살아남아 5천 년 역사의 찬란한 문화의 전통을 이어받은 세계에서 몇 안되는 민족이라는 자부심도 있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왠지 모를 씁쓸함이 들었던 것이다. 

이렇듯 나에게 있어서 우리나라 역사란 자랑스러움과 아픔이라는 두 가지 모순된 감정의 혼돈이었다.


하지만, '국경을 넘은 한국사'라는 책은 내가 느끼고 있었던 혼란함을 차분히 가라앉혀주었다. 


이 책은 저자가 우리나라 역사를 통틀어 가장 찬란했던 시기(8세기 신라, 11세기 고려, 15세기 조선)를 엄선하여 그 시대에 우리나라가 번영기를 이룰 수 있었던 특징들과 상황들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가령, 8세기의 신라의 경우에는 신문왕이 백제, 고구려를 차례로 정복하여 한반도 최초로 삼한통일을 이루었는데 이 시기에 불국사, 석가탑, 석굴암, 다보탑, 황룡사 대종, 안압지, 성덕대왕 신종, 월정교 등 지금까지도 전해져오고 있는 세계적인 예술품과 건축물들이 대거 만들어지기도 했다(당시에 서양은 여전히 중세의 암흑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하니 당시 신라가 얼마나 발전되었을지 가늠이 쉬이 되지 않는다.)


이 시기에 신라는 당시 가장 선진화된 국가였던 당나라에 가장 많은 유학생들을 보내기도 하였고, 당시 당나라가 문화적으로 가장 우수한 나라라고 인정했던 나라가 바로 신라였다고 한다. 


당시 신라는 국제 교역을 적극 장려하여 신라의 많은 상인들이 신라의 뛰어난 항해술과 조선술 덕분에(신라는 돛을 외국에 수출하기도 했다) 황해, 남해, 동중국해를 누볐다고 하니 해양민족의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기질이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서라벌은 세계에서 3번째로 큰 도시였다고 한다(당나라의 수도 장안, 사라센 제국의 수도 바그다드 이후로) 지금은 터만 존재하는 황룡사구층목탑은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목탑으로 전해지고 있고, 서라벌은 국제 도시로서 신라인으로 편입된 고구려, 백제, 말갈인, 중국인, 일본인, 서역인들이 모여들었다고 한다. 



신라인들은 진취적인 기상으로 세계로 적극 뻗어나가는 한편, 좋은 것들을 우리 것으로 받아들이기에 주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신라인들의 도전정신과 배우고자 하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11세기 고려의 경우에는 송과 거란 사이에서 실리적인 외교를 펼쳐 국익을 지키는 한편, 중국은 물론 아라비아를 비롯한 세계 각국과 활발한 교역을 하며 '코리아'라는 이름을 세계에 널리 알렸다고 한다. 


또한, 고려때는 인재라고 여겨지면 누구나 등용한다는 정책 하에 이민족들을 적극 받아들이고 그들에게 대접을 아끼지 않아서 송, 거란, 여진 등 외국인들의 귀화가 잇따랐다고 하며, 남녀 평등 사상이 보편적이어서 여자도 남자와 똑같이 권리와 의무를 분담했다고 한다. 


당시 고려인들은 문화적 자부심이 대단해서 중국에 대해서도 문화적 독창성을 지킬것을 강조했다고 한다. 고려인들의 문화에 대한 자부심은 실제로도 비단, 종이와 먹, 차, 고려청자 등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근거가 있었던 것이었다.



고려의 경우에는 개방적인 사고와 실리적인 판단력으로 나라가 위기에 처할때마다 지혜롭게 위기를 헤쳐나갔으며, 중국에 대해서도 독창성을 유지하고 고려만의 자긍심을 유지하는 꼿꼿한 모습이 인상깊었고, 인재라고 여겨지면 적이라도 등용한다는 고려의 실용주의는 지나치게 관습과 편견에 얽매여있는 현 사회가 본받아야 할 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외에도 우리가 잘 몰랐던 우리나라의 조상이라고 추측되고 있는 '코리족'이야기나 한글의 어원(파스파 문자와 가림토 문자 두 가지로 추측되고 있다), 이민족 출신인 태조 이성계 이야기, 한국 역사상 가장 국제적인 왕으로 여겨지고 있는 충선왕 이야기(어머니가 몽골황제의 딸이다) 등 우리가 잘 몰랐던 한국사의 이모저모를 소개해주는 부분도 흥미로웠다. 



어쩌면, 우리는 한국사의 절반만 알고있는 것이 아닐까? 


나 자신을 알기 위해서는 내가 태어나고 내가 속해있는 민족의 역사와 정체성을 잘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개인적으로 믿고 있다. 

개인이 몸담고 있는 역사에 대한 인식을 배제하고서는 자신에 대해서는 절반밖에 알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았던 우리 민족의 역사와 전통에 대해 부정적으로 치우친 시각을 긍정적으로 균형있게 잡아줄 『국경을 넘은 한국사』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동안 내가 우리 역사를 한참이나 몰랐었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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