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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예술 토머슨
아카세가와 겐페이 지음, 서하나 옮김 / 안그라픽스 / 2023년 7월
평점 :
아마 적지 않은 이들이 아카세가와 겐페이라는 이름은 몰라도 토마손(토머슨)이라는 이름은 한번 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2016년 즈음, 일본의 트위터에서 가타카나로 ‘토마손’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기능과 용도를 전혀 파악할 수 없는 기이한 낡은 건축물의 사진이 나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때를 기점으로 토마스니안이라고 스스로 명칭하면서 거리를 배회하며 끝이 낭떠러지인 계단, 2층 벽면에 붙어있는 현관, 구멍이 막힌 굴뚝 등, 일명 토머슨을 찾으러 다니는 행위가 반짝 유행하곤 했었다. 토머슨은 일본의 전위 예술가 아카세가와 겐페이가 창안한 개념 및 단어로,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기존의 기능과 용도에서 탈피한 건축물들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도대체 그 쓸모를 파악할 수 없는 건축 구조물인 이 토머슨을 겐페이는 이를 초예술이라 부르며, 예술의 형식과 개념을 초월한 것으로 일컫기까지 한다.
안그라픽스에서 올해 출간한 <초예술, 토머슨>은 초예술로서의 토머슨에 대한 겐페이의 사유가 고스란히 녹아들어있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겐페이라는 아티스트를 좋아하기도 했거니와 토마손에 대한 그의 자세한 사유를 엿볼 기회가 없어 늘 아쉬웠었기에 해당 출간 소식이 반갑기 그지 없었다. 토마손에 대한 어원, 풍부한 사진까지 이 책에 기술된 자세한 이야기를 모두 다 풀어놓을 수는 없지만 뭐니뭐니 해도 가장 흥미로운 점은 토마손은 단지 기이한 건축 구조물에 머물지 않다는 점이다. 바로 토마손을 초예술로 만드는 것은 토마손을 찾아다니며 배회하는 ‘행위’에 있다는 것이다. 일견 정해진 길이 아닌 스스로 길을 개척하며 도시를 배회하는 프랑스 상황주의자들의 플라뇌르와 닮아있기도 하지만, 토마스니안들은 배회가 목적이 아닌, 기능하지 않는, 무쓸모한, 무가치한 건축물들을 발견하고, 감상하며 기록한다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이상한 도시 구조물들을 발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놀이가 되지만 유령같이 어디선가 고요히 자신의 무용함과 망가진 기능을 간직하는 토마손을 탐방한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에게 도시를 경험하는 새로운 방식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에게 도시는 무엇이고, 건물은 무엇이며, 쓸모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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