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오아물 루 그림,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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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 별을 보면서 나는 저 별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떠올렸다. 지금의 나는 별의 존재를 잊을 만큼 바쁘게 사는 어른이 되었다. 이 책을 덮고 나서 오랜만에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린 왕자는 무사히 도착했을까. 양이 장미를 먹어버린 건 아닐까 염려스럽기도 했다. 어린 왕자라는 책이 시대가 지나도 늘 명작으로 손꼽히는 이유는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을 떠올려주기 때문이 아닐까.

학창 시절에는 어린 왕자를 필독서라서 읽었다. 보아뱀에게 먹힌 코끼리 그림만 내 기억 속에서 흐릿하게 맴돌 뿐이었다. 그땐 이해하기 어려웠고 환상적인 소재의 소설이라고만 생각했다. 오랜만에 다시 읽은 이 책은 나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그 시절에 단순하게 마주한 여러 별의 어른들 모습이 지금의 나와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제 3자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니 강박처럼 하는 일들이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린 왕자가 책 속에서 “아저씨도 어른들처럼 말하네”라고 말하는데 마치 나에게 하는 말 같아서 함께 부끄러워졌다. 세상 속에서 나도 어느새 버섯이 되어버린 걸까.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시간이 조금 더 흐른 뒤 다시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나는 저 말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을까. 같은 언어 속에서 다른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은 정말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 읽을수록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주는 책. 아직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나 학창시절 나처럼 겉핥기식으로 읽었다면 꼭 다시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오아물루가 그린 어린 왕자의 모습이 서정적으로 잘 표현되어서 좋았다. 또 표지와 중간 중간 나오는 삽화들도 글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더 집중할 수 있게 간결해서 좋았다. 두고두고 볼 명작.

🏷 책 속의 한 줄
“어떤 날에는 해가 지는 것을 마흔네 번이나 보았어요.” 그리고 잠시 후에 너는 이렇게 덧붙였지. “아저씨도 알겠지만… 마음이 몹시 슬플 때는 노을이 너무 멋져요.” p.38

“만약 누군가가 수백만 개나 되는 별 가운데 단 하나의 별에만 피어 있는 꽃을 사랑한다면, 그 사람은 별들을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해질 거예요. ‘내 꽃이 저기 어딘가에 있겠구나…’ 생각하면서. 하지만 양이 꽃을 먹어버리면 그 사람에게는 모든 별이 갑자기 사라져버린 것처럼 느껴질 거예요. 그런데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거예요?” p.42

“가령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시간이 다가올수록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드디어 네 시가 되면 나는 마음이 설레서 안절부절못하게 될 거야.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비로소 깨닫게 되겠지.”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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