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해방일지 (30만부 기념 특별 리커버)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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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머니와 나는 관망실에 앉아 아버지가 불태워지고 있을 화로를 지켜보았다. 먼지가 인간의 시원이라 믿었던아버지가 지금 먼지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어머니가 내손을 꼭 쥐었다. 그러고는 내 귀에 속삭였다.
"아이, 쫌 대줄 것을 그랬어야."
한참만에야 대준다는 의미를 이해했다. 남사스러운 말을 뱉어놓고 어머니는 태연하게 눈물을 훔쳤다.
"나가 노상 아팠잖애. 내 몸 한나도 워치케 못하겠는디자꼬 건드려싼게, 나가 하로는 그랬어야. 차라리 딴 디가서 허고 오씨요."
아버지는 벽력같이 화를 내며 벌떡 일어났다.
"참말로 가?"
"가랑게요."
아버지는 깊은 밤중, 씩씩거리며 문을 쾅 닫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 소리에 내가 깨 자지러지게 울었단다.
"오랜만에 달게 잤어야. 안 건드링게 그리 펜헐 수가 없드란 말다."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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