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해방일지 (30만부 기념 특별 리커버)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평점 :
품절


"상욱아 너 하염없다는 말이 먼 말인 중 아냐?"
아버지는 말문이 막혔고 박선생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먹은 소주가 죄 눈물이 되어 나오는 것 같았다고, 생전 처음 취했던 아버지가 비틀비틀, 내 몸에 기대 걸으며해준 말이다. 고2 겨울이었다. 자기 손으로 형제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자책감을 안고 사는 이에게 하염없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열일곱 여린 감수성에 새겨진 무늬는세월 속에 더욱 또렷해져 나는 간혹 하염없다는 말을 떠올리곤 했다. 아직도 나는 박선생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알지 못한다. 다만 하염없이 남은 인생을 견디고 있을, 만난 적 없는 아버지 친구의 하염없는 인생이 불쑥불쑥 내삶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곤 했다. - P4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