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마크 게인이라는 미국 기자가 한국전에 대해서 쓴 《일본의 일기》라는책을 읽었는데, 그 책을 읽으면서 그는 미국의 정보활동이 도저히 상상할수 없을 만큼 교묘하고 탁월하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일본의 일기》에는 한국전은 전쟁을 필요로 했던 미국의 교묘한 도발에 김일성이 선제공격을 해 시작된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 정도의 공작능력이라면 남로당의 핵심에 간첩을 침투시키는 것쯤은 쉬운 일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몇몇의 간첩행위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 기회를 북쪽에서 분파적으로활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솟구쳤다. 그러나 그런 의심에 앞서 허탈했다. 남로당의 핵심 간부들이 미제의 첩자라면 도대체 지금까지 피를 흘리며 싸웠던 수많은 당원들은 무엇을 위해 싸운 것인가. 그들이 목숨을 바쳤던 투쟁 하나하나가 미제의 손아귀에서 놀아난 것이라니! 대체 이런 일이 어떻게 생길 수 있는가. 무엇이 문제인가. 눈조차 내리지 않은 겨울 들녘처럼 참을 수 없는 허전함이 밀려들었다. - P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