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치산의 딸 1
정지아 지음 / 필맥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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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벨을 죽여야 했던 카인의 분노에 동감했다. 똑같이 노력한 결과가 이유 없이 무시당했을 때 분노하지 않을 자가 어디 있겠는가. 이상한 건 신이었다. 카인에게 죄의 대가로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표지를 내리면서, 그 표지를 본 다른자들의 횡포는 금하다니. 남과 다른 표지를 단 자가 놀림감이 되는 건 당연했다. 그것을 마음 아파할 정도였다면 애당초 표지를 달아주지 말았어야했고, 카인의 제물도 받아들였어야 했다.
내게는 예수도 그리 위대해 보이지 않았다. 터무니없이 과장된, 그저 탁월한 한 시대의 영웅인 그는 선택된 자에 불과했다. 비록 말구유에서 인간의 모습을 빌려 태어났을지언정 그는 전지전능한 신의 아들이자 바로 신이었다. 그 신의 아들을 대신해서 유대의 어린아이들은 젖먹이에서 간신히걸음마를 시작한 아이들까지 모두 죽어야 했다. 신의 영광은 수많은 사람의 자식들의 피의 대가 위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아벨에게만, 유대민족에게만 한없이 너그러운 신의 편협성에 대해 얘기하면 사람들은 나를 이단자로 보았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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