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북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2
귄터 그라스 지음, 장희창 옮김 / 민음사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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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사실이다. 나는 정신 병원에 수용된 환자다. 나의 간호사는 거의 한눈도 팔지 않고 문짝의 감시 구멍으로 나를 지켜본다. 하지만 간호사의 눈은 갈색이기 때문에 푸른 눈의 나를들여다볼 수는 없다.
그러므로 나의 간호사는 도무지 나의 적수가 될 수 없다. 오히려 이제는 내 편에서 그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문 뒤의 감시자가 내 방에 들어오기만 하면 내 생애의 일들을그에게 들려주곤 하는 것이다. 우리 사이를 가로막는 감시 구멍에도 불구하고 그로 하여금 나를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이 선량한 남자는 물론 나의 이야기를 존중해 주는 눈치다. 내가 무언가 거짓이라도 보태어 말하는 순간이면 그는 애써 감사를 표하기 위해 최근에 만든 그의 노끈 작품을 나에게 보여주는것이 아닌가. 그가 예술가인지 아닌지는 불문에 붙이기로 하자.
하지만 그의 작품들이 전시된다면 신문들이 호평을 할 것이고, 또한 몇몇 구매자들의 관심도 끌게 될 것이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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