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본질을 깨닫다.

다섯 개의 사다리 - 사라가 만난 세계 5대 종교 이야기
빅토리아 크라베 지음, 콘스탄체 구르 그림, 김지선 옮김 / 한겨레아이들 / 2009년 9월

기독교 신자이신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릴때부터 교회에 다녔지만  초등학교 시절은 그저 재미있어서 열심히 놀러갔던 것 같다. 특별히 놀거리, 볼거리가 없던 시절  교회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이브행사는 일년중 가장 성대한 잔치였고 지금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어린시절 내가 믿는 종교 외에 다른 종교는 모두 이단이라고 여기는 참 편협한 종교관을 가졌던 것 같다. 그래서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과는 같이 어울리지도, 얘기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 세계 여러 종교에 대해 배우긴 했지만 이슬람교나 힌두교처럼 접하기 힘든 종교는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생소하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아이들을 위한 종교이야기 책이 나왔다고 하니 내가 먼저 어떤 내용일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이 책에는 세계 5대 종교가 소개되는데  책을 읽기 전에는 각 종교를 설명하기 위해 소설의 형식을 빌려 쓰여진게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기 시작하니  어린 소녀 사라와 돌아가신 할머니 친구분들과의 만남 속에서 할머니의 삶이 재조명되고 각자의 종교 안에서 그 삶을 이해하는 모습을 보며 종교에 대한 이해 뿐 아니라 잔잔한 감동까지 느낄 수 있었다.  사촌오빠 토미가 믿는 그리스도교, 이웃집 솔로몬 할아버지와 유태교, 군디 할머니와 불교, 아일라 아주머니와 이슬람교,  아룬아저씨와 힌두교 등 각기  믿는 종교의 형식은 달랐지만 궁극적으로는 같은 삶의 목표를 향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항상 올바른 신념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도우며, 늘 따뜻한 말과 환한 미소로 사람들과 마주했던 할머니의 일생은 그 친구분들이 추구했던 종교의 가장 모범적인 삶이었던 것이다.  

  사라는 돌아가신 할머니께서 남기신  한가지 소원, 지붕위에 사시는 하느님을 찾고 나서 이렇게 말한다.  
   "하느님은 지붕 위에 앉아 계신다. 그래서 그에게 가고자 하는 사람은 지붕 위로 올라가야 한다. 
   어떤 사람은 사다리를 이용한다. 사다리도 여러가지 모양이 있다. 또  어떤 사람들은 계단을 놓는다. 
   밧줄을 타고 기어오르는 사람도 있고, 기다란 장대를 쓰는 사람도 있다.    
   어떤 방법으로 지붕 위에 올라가건, 그건 상관없다. 
  중요한 건, 하느님에게 나아가는 길은 딱 하나가 아니고, 아주 많다는 사실이다. 
  각자가 나름대로 그 길을 찾는다. 각자 자기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한다. 
  이제 나는 '나'에게 가장 잘 맞는 길을 찾아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아이가 지금은 스스로 종교를 선택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지만 앞으로 종교를 갖게 된다면
어떤 종교를 선택하느냐에 중심을 두기 보다는 그 종교적 가르침을 어떻게 실천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아이도 이 책을 읽으며 다양한 종교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넓힐 수 있었고 기본적인 삶의 자세에 대해 조금이나마 느낀 바가 있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책 뒤에 본문에 나온 5가지  종교의 기본 정보, 차이점과 공통점, 유래, 각 종교의 신, 경전 등이 소개되어 있어 더 자세히 알아 볼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코란이라고 많이 부르는 이슬람교의 성서가  '꾸란'이라고 표기되어 조금은 낯설어 보이는데 코란(Koran)과 같이 표기되면 더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