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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쉬운 철학책 ㅣ 즐거운 지식 (비룡소 청소년) 12
우에무라 미츠오 지음, 고선윤 옮김, 박이문 추천 / 비룡소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학창시절. 윤리 과목에서 배웠던 철학이 어찌그리 이해가 안되던지. 플라톤이 이데아 어쩌구, 데카르트는 생각하니 존재한다는 등. 사르트르는 실존주의를 주장했다고 하는데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시험에 나오니 무조건 외워야했고 그러다 보니 철학이라고 하면 어렵고 지루한 학문이라는 생각이 뇌리에 깊이 박혀버렸다. 그래서 대학교양수업도 철학과 연관되는 과목은 아예 쳐다보질 않았으니 철학책이 독서목록에 포함될 리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비룡소에서 세상에서 가장 쉬운 철학책이 나왔다. 철학이라면 이해도 잘 안되고 머리가 아픈데 과연 이 책에서는 어떻게 설명했을지 궁금해 인터넷서점에서 미리보기로 내용을 살짝 엿보았다. 몇 장을 들춰보고 나니 머리에 딩~ 하는 울림이 들렸다. 지금까지도 플라톤이 말한 이데아의 개념을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이 책은 어쩜 이렇게 간결하면서도 쉽게 설명해놓았는지 놀라움에 경이롭기까지 했다.
이 책의 저자 우에무라 미츠오는 철학을 전공했지만 우연히 서점에서 본 헤겔 철학 입문서를 읽다가 전혀 이해할 수 없음에 화가 났고 결국 '세상에서 가장 쉬운 철학책'의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아이들에게 윤리와 세계사를 가르치면서 평범하지 않은 수업을 해오고 있으며 평소 생활에서 철학적 사고를 하고 있었기에 이처럼 간결하고 쉬운 책을 만들어냈을 것 같다.
이 책에서는 플라톤을 비롯 서양 철학을 대표한 데카르트, 칸트, 마르크스, 사르트르의 철학을 재밌는 그림과 아주 쉬운 말로 알려주고 있다. 초등생 아들과 함께 읽은데 정말 몇 십분이면 뚝딱 읽을 정도였으니. 너무 쉽고 간결하다 보니 한 번 읽고는 그 철학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것 같다. 물론 아이는 그저 재밌는 그림과 글에 낄낄대며 철학이라는 게 별거 아니다라고 느꼈을지도 모르지만 이 책의 본래 취지는 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철학책이라는 것에 있기에 만족한다. 앞으로 아이가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어 읽으면 또다른 느낌을 받을 것이고 그와 함께 생각이 좀더 넓고 깊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나처럼 철학을 멀리하는 사람, 철학이 어렵다고 느껴지는 사람에게도 철학은 재미있다라는 걸 깨닫게 해주니 평소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책장수가 많지 않고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서점에서 그냥 훑어볼 수도 있겠지만 가끔 머리가 어지러울때 꺼내 읽으면 좋을 것 같고 깔끔한 하드보드 커버와 군더더기 없는 구성이 이 책을 소장하고 싶게 만드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