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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장 기자의 도시락 경제학 - 매일매일 꺼내 읽는 쉽고 맛있는 경제 이야기
김원장 지음, 최성민 그림 / 해냄 / 2009년 4월
평점 :
1997년 IMF 외환위기로 인한 금융기관, 대기업의 구조조정과 퇴출을 지켜보면서도.. 밀레니엄 IT 주식 광풍에 휩싸여 처음으로 주식계좌를 만들었을때도 그저 남들이 하는 얘기만 듣고 묻지마 투자에 뛰어들었습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던 상한가 종목들은 내가 사자 기다렸다는 듯이 폭포처럼 떨어졌고 원금이 까지는 걸 보며 밤잠을 못이룬지 한달여 후, 다행히 약간의 반등으로 주가가 어느정도 회복되었을 때 얼른 주식을 처분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큰 손실을 입지는 않았지만 이처럼 무지한 투자는 투기밖에 안된다는 생각에 경제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지요.
하지만 고등학교때 어렴풋이 접했던 경제학은 어렵고 골치아프다는 생각에 대학 교양과목에서도 경제학은 제외시키다 보니 경제원론 부분보다는 그저 재테크 경험담이나 방법을 일러주는 책만 읽게 되더군요. 또한 경제에 무지하다 보니 재테크에 별 관심도 없었고 종자돈도 마련하지도 못한채 자고나면 뛰는 부동산 시장을 그냥 남의 일인양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점점 아이는 커가고 이러다간 안되겠다 싶어 경제뉴스에 좀더 관심을 갖고 라디오 뉴스나 신문, 인터넷에서 경제기사를 열심히 보고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환율등락, 금리인상, 신용경색, 서브프라임사태, 엔캐리 트레이드, FTA협정, 전환사채 등 부동산 관련 용어들의 정확한 뜻도 모르니 그것들이 우리경제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정확히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런 참에 현직 KBS 기자가 도시락 경제학이라는 책을, 그것도 매일매일 꺼내 읽을 수 있는 쉽고 맛있는 경제이야기를 담은 책을 냈다니 경제가 어렵게만 느껴지던 내겐 너무나 솔깃하더군요. 그런데 왜 책 제목에 도시락 경제학이라고 했을까? 어린 시절 매일 싸갖고 다니던 도시락(지금은 대부분 급식으로 바뀌었지만)을 생각하면 실생활에서 꼭 필요하고 유익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어서? 또는 바삐 일하다 시켜먹게 되는 종합도시락처럼 여러가지 경제이야기가 골고루 담겨져 있어서? 궁금증이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서는 효율적인 선택, 즉 비용을 줄이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경제적 판단이 필요하며 기회비용을 고려해 경제적 선택을 해야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생각지 못한 일상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원론을 '웃돈 주고 사는아이폰'(부가가치를 높이는 법), '트로피 와이프냐, 미스터 맘이냐'(기회비용 계산법), '박명수는 유재석의 보완재일까, 대체재일까'(가격의 탄력성) 등으로 예를 들어 설명하고 삽화나 박스설명을 덧붙이니 좀더 쉽게 이론을 접할 수 있더군요. 하지만 경제이론에 무지한 전 한번 읽어서는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나 원론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책을 읽는 진도가 무척 느려 조금 답답하게 느껴지더군요. 하지만 조금씩 참고 읽다보니 점점 책읽는 속도도 빨라지면서 재미있어졌습니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역사, 작은정부와 큰정부의 정책을 이해하면서 지금 우리나라 현정부의 정책과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한 시각을 정리해 볼 수 있었고 FTA를 통해 알아본 신자유주의는 이미 높은 곳으로 올라간 자들이 늦게 출발한 친구들이 함께 가자고 하자 사다리를 걷어차버리는 것이라는 것에서, 이미 강해진 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가져다 줄 정책을 생각하니 왠지 씁쓸함이 느껴집니다.
또한 증시와 환율, 부동산 시장의 원리와 분석을 통해 현 세계경제 상황과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한참 뉴스에 매일 나오던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이나 순환출자의 지배구조와 지주회사에 대한 궁금증도 해소될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다보니 저자의 관점이나 견해에 대해 어느정도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부분이 많더군요. 그동안 이곳저곳에서 주워들은 단편적인 경제지식들이 이 책을 통해 정리되고 좀더 넓고 깊은 시각에서 경제를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지은이 김원장 기자는 라디오 프로그램 <황정민의 FM대행진>에서 경제이슈들을 재밌고 쉽게 해설하여 인기가 많다고 하더군요. 이른 아침시간에는 TV뉴스를 주로 보기에 들어보지 못했는데 앞으로 시간을 내서 듣고 싶네요.
"집을 투자 대상으로 생각하면 착각인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좋은 집에 대한 가장 좋은 투자는 자신의 소득에 맞는 집에서 주거 비용지출을 최소화하고 그만큼의 주거 여건을 누리며 사는 것입니다. 당신이 부동산 시장의 부침에 태연해질수록 부동산 시장도 그만큼 안정될 것입니다. 부동산 시장이 편안해질수록 당신의 주거 여건도 편안해질 것입니다.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어느 공기업의 광고 카피가 생각납니다."
라는 마지막 글에 동감하며 빨리 그런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