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골당의 어린왕자 1 - V Novel
퉁구스카 지음, 노뉴 표지 / 길찾기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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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크게 세 가지 시점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겨울이 존재하는 가상현실, 하나는 가상현실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 나머지 하나는 채팅.

채팅에는 온갖 섹드립과 의미 없(어보이)는 대화들만이 난무했다. 굳이 있어야 하는 부분인가, 싶은 의문이 들다가도 가상현실과 현실의 우중충한 분위기를 보면 꼭 필요한 대화가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말하자면 혀가 데일 정도로 매운 치킨을 먹고 있던 사람들에게 내밀어진 콜라 같은 존재라고 해야 할까. 분위기를 환기시켜 주는 장치라고 생각하며 재미있게 읽었다.


두 번째, 가상현실 속의 이야기. 대역병 모겔론스로 인해 좀비로 바뀌어 버린 '인간 아닌 것'들과 싸우며 생존해 나가는 이야기이다.

분위기는 둘째 치고, 장난 아닌 몰입감을 자랑한다. 초반의 언노운 페널티나 탤런트 어드밴티지 따위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머리가 아파오긴 했으나 그곳만 잘 넘긴다면 뒷부분을 읽어내리는 건 금방이다.

총이나 군대, 화려한 액션씬을 찾는 사람에게라면 두말할 것도 없이 추천해주고 싶다. 그러나 나처럼 머리아프지 않은 판타지, 마법 따위에 익숙해져 있고 그것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군대 이야기에서 떨어져 나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또한 분명 있었다. 솔직히 소위가 어쩌고 중위가 어쩌고 전쟁 영웅이 어쩌고 정치가 지휘관이 피난민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부분은 조금이지만 지루하다는 감상이 들기도 했다. 하기야 처음부터 끝까지 액션만 있으면 그건 그것대로 비판했겠지마는.


마지막으로 과거, 현실의 이야기이다.

솔직히 나는 대역병 모겔론스가 넘쳐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좀비도 죽어나가고 아무튼 다 죽어나가는 가상현실의 세계보다 현실의 세계에서 피폐함을 한층 강하게 느꼈다. 수술로 몸을 바꿀 수 있게 된 시기, 문자 그대로 몸을 팔게 된 겨울과 철없는 부모의 모습은 가상현실 속 우중충한 분위기와 어우러지며 안 그래도 어두웠던 분위기를 더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화도 나고 답답하기도 하고, 겨울이 안쓰럽다. 부정적인 감정이란 부정적인 감정은 모두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덕분에 채팅과 광고로 보이는 짤막한 글 이외엔 농담이랄 게 전혀 없는 어둑한 분위기가 되어 버렸지만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분위기가 깡패다. 몰입감이 최고다. 누가 분위기 어두운 판타지 소설을 추천해 달라고 말한다면 나는 아무 고민 없이 이 책을 내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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