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15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2015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트렌드를 거부하며 - 트렌드 코리아 2015를 읽고 by 힐리

 

​'트렌드 코리아' 라는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오로지 김난도 교수님 때문이다. 나의 군대시절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인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워낙 좋아해서 그런지, 이분의 책이라면 다른 책들도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천번은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라는 책을 보고 어느정도 실망을 했다가, 한동안 교수님의 책을 읽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기회가 되서 이렇게 다시금 이 책을 펼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자신만의 분야에서 꾸준하고 열심히 하고 있는 교수님의 모습이 무척이나 좋아보였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우리 한국의 '트렌드'에 관한 책 이다. 이제 올해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2014년 한 해 동안 어떤 것이 이슈가 되었고, 우리 사회의 '소비'를 이끌었는지, 이슈별로 하나 하나 설명을 해 주고 있다. 그러는 과정에서 이 책의 전작인 '트렌드 코리아 2014'에 나왔던 이야기를 다시 끄집어 내면서,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전체적인 맥락을 잡아 주고 있다. 미래 일은 아무도 모르긴 한다만, 몇년동안 트렌드를 분석하다보니 어느정도 흐름이라든가 방향이 잡힌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소비하고 있는 많은 부분들이, 단순히 개인의 개성이나 취향이 아닌, 사회적인 트렌드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결국 개성이 가득한 세상이지만, 우리가 개성이라 생각했던 이것 마저도, 모두 사회적이었던 것 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트렌드'를 돌아보고, 예측하는 것에, 그다지 좋지 않은 시각을 가지고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평소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가, 이 책을 포함해, 미래 트렌드에 대한 책을 몇 권 읽다 보니, 이러한 가치관이 생긴 것 이다. 사실 '트렌드'는, 대부분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을 돌이켜보면서 분석을 하고, 그것을 토대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 이다. 그런 점에서 과거를 통해 미래를 비춰보지만, 한편으론, 이런 트렌드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배워나간다는 것은, 새로운 트렌드에 따라가기 급급하다는 것 이기도 하다.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세상이 바뀌는 대로, 요즘 유행하는 대로 살아가는 것 보다는 한 단계 나아간 삶이긴 하지만, 결국은 이들보다 한 걸음 앞에서 걷고 있을 뿐,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내기는 힘들다. 예로 들어, 폴더 폰, 슬라이드 폰에서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갈 때, 트렌드를 읽고 남들에 비해 조금 일찍 아이폰을 구입해서 사용했다는 것일 뿐이지, 스마트폰을 개발한다든가, 스마트폰 주식 시장에 미리 뛰어 들지는 못한다는 것 이다. 이렇게 트렌드에 관한 책이 나왔다는 것은, 이 내용속의 이른바 '트렌드'라는 것들을, 어차피 전문가들은 이미 주식을 모두 사놓든가, 우리보다 몇걸음은 앞서서 걸어나가고 있다는 것 이기도 하다. 그리고 어쩌면, 정말 그것이 트렌드 이기 때문에 책에서 이런 내용을 다루었을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론, 이 책에서 그렇게 트렌드라고 분석을 하고, 연구결과라면서 내용을 내놓았기에, 그것이 실제로 트렌드이었던 것 처럼 여기거나, 앞으로 트렌드로 여겨 질 수도 있는 것 이다. 무엇이 먼저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차피 트렌드는 계속 바뀐다. 일년 사이에도, 정말 생각지도 못한 기술 개발이 일어나고, 신흥 기업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트렌드라고 생각했던 분야가 갑자기 무너져 내리기도, 거대한 기업들이 갑자기 사라지기도 한다. 이러한 것을 억지로 분석하고 예측하겠다고 발악을 해 봤자, 앞에서 말했듯이, 그저 넋놓고 사는 사람들에 비해 한걸음 더 나아갈 뿐이지, 결국 똑같은 신세라는 것 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늘상 바뀌는 것이 아닌, 좀 더 근본적인 것,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때로는 뒤바뀌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 라는 의문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 답은, 바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트렌드를 만들어 내는 것도 사람이고, 트렌드를 쫒아가는 것도, 그리고 트렌드를 사라지게 하는 것 마저 모두 '사람'이다. 트렌드라는 것은, 그 시대의 사람들이 어떤 걸 좋아하고 관심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즉, 트렌드에 휘둘리지 않고,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내기 위해선, '사람'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한다. 나는 여기에 있어서, 좋은 트렌드 책이 아닌, 허접한 '인문학 서적'이 더 도움이 된다고 확신 한다. 겉으로 드러난 것이 아닌, 그 근본을 탐구하는 행위인 만큼 말이다.

 

무엇보다, 개인적으로는, 트렌드를 따라가기에 급급하기 보다는,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트렌드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고, 그러다보면, 자신이 걸어가고 있던 그 길이 트렌드가 되는 순간도 분명 온다. 바로 그 때, 선구자로서 그 트렌드라는 것을 어떻게 활용하고, 어떻게 이끌 것인지, 그리고 트렌드가 끝이 난다고 해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미리 생각하고 준비하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여기서 더 나아간 것이, 이러한 트렌드가 올 때 까지 기다리는게 아닌, 스스로 그런 흐름을 만들어 내는 것 일 테고 말이다.

 

어쩌면, 진보에 있어서 결코 두걸음은 없고, 오로지 한걸음만 있을 수 밖에 없다는 발터 벤야민의 말처럼, 넋 놓고 트렌드에 이끌려 사는 삶에서, 딱 한걸음 나아간, 트렌드에 관심을 갖는 삶 역시,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마땅히 거쳐야 하는 과정일 수도 있겠다. 이 단계를 거치고 나서, 자신만의 전문성을 기르며 트렌드를 기다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드는 것. 이 모든 것이 모두 한 걸음 한 걸음일 수도 있겠다. 다만, 그럼에도 이렇게 트렌드를 비판하는 글을 쓴 것은, 오로지 한 걸음만 나아가 놓고, 트렌드에 관심을 가지고, 거기에 따라가기 급급해 하면서, 마치 이 시대의 선구자인 마냥 생각하고, 그것이 끝인 마냥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일 것 이다. 한편으론, 트렌드에 따라 인기 학과에 진학을 하자마자, 곧바로 후회하면서, 트렌드가 아닌 나만의 길을 걸어가기 위해 뒤늦게 나마 노력하는 나를 뒤돌아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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