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Book] [세트] 한진고등학교 영화제작부 (전2권/완결) ㅣ 한진고등학교 영화제작부
와이엠북스(YMBooks) / 2014년 10월
평점 :
판매중지
영화 감독이 꿈인 한 고등학생의 이야기 - 「한진고등학교 영화제작부」
2007년 9월 26일, 내가 만들었던, 자그만한 세계. 그리고 이 세계는, 2011년 2월 7일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3년이 넘는, 아주 긴 세월 이었다. 편수로는, 특별판 까지 합치면 무려 451편이나 되었다. 그리고, 그저 하나의 특별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던 이 세계는, 이번 출판의 기회를 통해, 다시금 세상에 나왔다. 몇년이나 지났기에, 오글거리는 부분도 많고, 어색한 부분도 많지만, 그럼에도, 고등학생이었던 당시의 내가 그토록 즐겁게 만들었던 세계였던 만큼, 창피한 그 부분까지도, 내 작품의 일부가 아닐까 싶다.
소설의 내용은, 영화 감독이 꿈인 한 평범한 17살의 소년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 이다. '영화제작부'라는 동아리를 중심으로,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나가면서, 한편으로는 그 과정에서 다양한 여주인공들과 만난다. 그리고 그녀들과의 여러 해프닝들을 통해, 행복해 하기도 하고, 슬퍼 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사랑도, 꿈도 조금씩 배워 나간다. 그리고 고등학교 3학년의 끝자락에서, 꿈과 현실 사이에서 많은 갈등을 하기도 하고, 끝내 자신만의 결정을 내리고, 당당히 그 길을 걸어 나가는, '로맨스 & 성장 소설' 이다.
사실 이 소설은, 내가 중학교 시절에 무척 재미있게 봤던 만화인 '딸기 100%'를 보고, 그것을 모티브를 삼아서 만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에 설정이 꽤나 자극적이고, 나만의 소설이라기 보단, 한편의 패러디물 소설을 보는 듯한 느낌이 무척 강했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나만의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내가 쓰는 사이트에서 인기가 많아지길 원했기에, 계속해서 자극적이고, 이목을 끌만한 소재들을 사용하였고, 그 탓에 초반부에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붕 떳다. 지금 생각하면 많이 아쉬운 부분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떻게든 '시작'을 했고, 실제로 인기도 제법 얻었기에, 소설을 계속 쓸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한편으로는, 나도 모르게, 소설 속 주인공 속에 나의 이미지를 투과 시키지 않았나 싶다. 소설 속 주인공의 키도 나의 키와 비슷하고, 취미로서 농구를 무척 좋아한다. 딱히 의도한 건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주인공을 더 잘 묘사하기 위해서, 아마 이렇게 설정하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웃긴 건, 많은 여주인공들과의 로맨스로 전개되는 이 소설을 썻던 나는, 당시 한번도 연애를 해보지 않은 상태였다는것 이다. 20살의 끝자락에 처음으로 연애를 해봤으니 말이다. 생각해보면, 참으로 신기한 일 인 것 같다. 연애를 해보지도 않은 놈이 썻던 로맨스 소설이, 인터넷상에서 꽤나 많은 인기를 얻었다는게 말이다.
생각해보면, 이 소설의 마지막 부분을 연재할 때, 나는 스스로에게 많이 부끄러웠던 것 같다. 소설 속 주인공은, 남들이 인정해주는, 이른바 '성공'으로 편하게 갈 수 있었음에도, 자신의 신념대로 선택을 하고, 자신만의 길로 걸어 간다. 하지만 이 부분을 연재하고 있던 당시의 나는, 나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 없는, 그저 남들이 인정해주는, 그리고 취업률이 잘되는 학과에 진학을 해서, 결국 1학년 내내 술이나 마시면서, 학점 관리도 안하고, 그렇다고 의미있는 대외활동이나 동아리 활동도 하지 않고, 그렇게 20살을 마무리 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마 이것 역시, 나의 욕망을 투영하지 않았나 싶다. 비록 현실의 나는 이렇게 살아가지만, 적어도 소설 속의 주인공은, 자신이 원하는 길을 당당히 걸어가며, 행복하게 살아가게 하고 싶다는. 그런 점에서, 내년에 휴학을 앞두고 있는 지금은, 예전만큼 그렇게 부끄럽지는 않아진 것 같다.
그저 재미로 쓴 소설이었다. 따분한 고등학교 생활에 지쳐 있었던 나는, 소설 속의 세계는 무척 재미있는 고등학교 생활로 만들었다. 그렇게, 이 소설은, 힘들었던 고등학교 생활의 커다란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이 세계는, 고등학교 생활을 마치면서 끝이 난다. 주인공은 끝내 여주인공과 다시 만나게 되고, 자신의 꿈을 향해서도 열심히 걸어간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실에 있어서, 끝은 없지 않는가. 지금은 마냥 좋을 것 같은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 안 좋아지기도 하고, 반대로 지금은 힘들더라도, 나중에는 더 좋아지고, 행복해 지기도 한다. 마냥 행복할 것 같이 결말이 지어지는 소설과는, 다르다는 것 이다.
그런 점에서, 다시금 이 소설을 떠 올리면서, 나 자신을 되돌아 본다. 적어도 꿈에 대해서는, 내가 만들었던 주인공 만큼이나, 멋있게 달려 나가려고 하고 있다. 소설 속 결말 역시 내가 만들었 듯이, 내 삶에 대해서도, 그 결말을, 나 스스로가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서평도 아니고, 독후감상문도 아니고, 그렇다고 책 소개도 아닌, 어중쩡한 글이지만, 그래도 이 글을 통해, 내가 고등학교에 썻던 소설, 그리고 이번에 출판이 된 이 작품을, 다시금 떠올리고, 지금의 내 생각들을 정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