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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책들을 뽑으라면, 이래저래 괜찮은 책을 몇권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러한 조금의 고민도 없이 바로 고를 수 있는 책이, 바로 이 책 이다. 20살 때, 우연히 도서관에서 빌려봤는데, 그와 동시에 이 책은 나를 완전히 사로잡았다. 단순히 재미있고 공감이 가는 걸 넘어서, 나의 삶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앞으로의 삶 역시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비록 서울은 아니지만, 나 역시 고향인 창원에 있기 싫어서 대학이나 학과 제대로 안보고 어쨋든 '부산'으로 나왔기에, 이 책 속의 주인공의 모습과 꽤나 닮아 있는 듯 하다.
내가 20살에 처음 부산에 와서 겪었던 첫 느낌들. 그와 함께 시작된, 매일 같이 술판이 벌어졌던 대학생활. 비록 책 속의 주인공과 같이 중간에 자퇴를 하고 바로 직장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주인공이 겪은 일들과 경험들을 군대에서 비슷하게 겪었다. 처음에 계급의 가장 밑바닥에서 정말 바빠서 정신 없는 생활을 하고, 일병이나 상병쯤 되서는 마치 골목대장과 같은 노릇을 하면서도, 중간에서 일도 가장 많이 하고, 가장 욕을 많이 먹고. 힘든 군생활 시절, 그저 '공감'이 간다는 이유로 힘들 때 마다 여러번 읽었던 책 이기도 하다.
나 역시, 호불호가 무척 강하고, 남들이 정해놓은 것 보다는 나만의 색깔을 가지려고 하고 있다. 20살 때 처음 부산에서 혼자 살기 시작한 이후로, 집에 잘 내려가지도 않고, 내려갈 마음도 없다. 물론 부산과 창원의 거리야 버스로 한시간 밖에 안걸리는 짧은 거리이긴 하다만, 내가 심리적으로 느끼는 거리는 마치 서울과 부산 만큼 멀다. 어쨋든 여기는 도시 이고, 뭔가 있고, 젊음으로 가득차 있으니 말이다.
한편으로는, 20살 무렵에 처음 읽었던 이 책을, 24살 중반을 맞이하며 다시 읽다 보니, 새로운 느낌이 물씬 풍긴다. 20살 무렵에 내가 생각했던 24살. 물론 그렇게 깊게 생각하진 않았지만, 분명한 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 이다. 마찬가지로 앞으로의 25살, 30살, 혹은 그 이후로도, 그럴 것 같다. 지금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 이다. 다만, 내가 30살이 되든, 40살이 되든, 지금의 내 상태로 비추어 보았을 때, 나만의 '청춘'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 같다. 20살 무렵, '음악평론가'가 되고 싶었고, 이제 30살을 맞이하는 시점에서도 조심스레 입에 담아보는 책 속의 주인공 처럼, 나도 훗날, 오래전부터 '작가'를 꿈꿔왔다고, 조심스레 입에 담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