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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우울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8
샤를 보들레르 지음, 윤영애 옮김 / 민음사 / 2008년 1월
평점 :
아트앤 스터디에서 자본주의 삶에 대해 통찰하는 강신주 박사님의 강의를 듣다가, 자주 언급이 되어서 호기심에 산 책 인 만큼, 기대가 무척 컸던 책 이었다. 사실 책의 내용이, 자본주의를 막 접하는 시점에서, 이러한 체제에 대한 비판을 노래하는 내용인 줄 알았는데, 내가 생각했던 내용과는 조금 다르긴 했다. 하지만 알고보니 이 책은, 원래 그런 내용이 아니라, 이 시대의 모습에 대해서 좀 더 날카롭게 분석을 하는 내용이라는 걸 뒤늦게 알 수 있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바로 저자 자신의 견해가 뚜렷하게 드러나고, 군중을 경멸하면서도, 자신 역시 그런 군중 속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여, 그 중간 사이를 항상 맴도는 저자의 모습이다. 고상한 척을 하다가도, 자신이 비판하는 그 무리에서 완전히 헤어나오지 못해, 어쩌면 머리와 몸이 분리 되는 듯 한 그런 느낌을 강하게 준다. 실제로 이렇게나 뛰어난 시인임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사회에서 인정을 받지 못했던 보들레르의 삶을 생각했을 때는, 충분히 이해가 되는 일 이기도 하다. 그는 고상하려 했지만, 자신이 그리 고상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에 그 누구보다 솔직했다. 그리고 오히려 이런 솔직함이, 그를 더욱 고상하게 만들어주는 듯 하다.
역사적으로, 사랑을 노래하는 시인들, 영웅을 노래하는 시인들은 많았다. 그런데, 과연 보들레르 만큼이나, 파리라는 대도시의 일상 하나하나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그것을 이토록 날카롭게 바라보고, 거기서 얻은 통찰을 화려한 언어로 노래한 시인이 과연 있었을까. 시 한편에, 산문 한 편에 그 시대의 시대상을 말하는 것. 어쩌면 지금의 나 역시 2014년의 부산의 모습을 분석하며 노래할 수는 있을 것 이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보들레르의 '아류작'에 지나지 않는 만큼, 이러한 새롭고 신선한 길을 개척한 보들레르의 위대함이 절로 느껴지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