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뭐라도 합시다
이철희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평점 :
'우리나라의 20대들은 모두 정치에 관심이 없다' 라는 명제는 분명 거짓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20대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는 편이다'라는 명제에 대해선, 선뜻 거짓이라고 대답하기 어려워진다. 아니, 오히려 그렇다라고 대답할 사람이 더 많을 것 이다. 일방적으로 현재 20대들을 비판하는 건 아니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현 40대에서 60대들은, 군사정권을 겪으며 학생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했었던 세대들이다. 분명 지금 보다 못살긴 했지만, 취업에 대한 압박이 지금만큼 심한 세대들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선.악' 구분이 쉬웠던 세대였다. 그 대상이 유신 정권이든, 전두환 정권이든, 혹은 그 외의 군사정권이든 그들은 '악' 이었고, 학생운동을 하는 그들은 '선' 이었다. 이렇게 명백히 분리가 되는 세대였기에 '선'을 택하며 열심히 학생운동을 하며, 민주화를 위해 온몸을 받쳤던 세대는, 지금 우리 세대와 사뭇 다르다.
그와는 달리. 최근의 정치문제들을 보면 예전에 비해 무척이나 복잡하다. 취업이다, 스펙이다 해서 사회적으로 압박감과 중압감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선'과 '악'이 명백히 분리되어 있지도 않다. 무엇보다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을 격동의 시대로 보낸 그들과는 달리, 지금의 20대에게 기억되는 대통령이라면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까지이다. 게다가 20대 후반이 아니면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한다. 당시 우리는 너무 어렸고, 정치에 관심 갖기 힘든 나이였다. 이 정권들을 보면, 물론 장단점은 있었겠지만, 그리 크게 문제되는 것은 없었다. 즉 우리가 관심을 갖지 않아도 알아서 잘 돌아갔다. 우리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를 해도 민주화가 힘들었던 지난 세대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 이다. 그러다보니, 지금의 20대가 정치에 비교적 무관심한 것은, 마냥 비판할 일만도 아닐 것 이다.
그런 우리들에게, 이 책은 우리나라 정치계의 전반적인 흐름에 대해 말해 주며, 우리가 이제까지 관심을 갖지 않았던 사실들을 하나 하나 설명을 해 준다. 그와 함께 보수와 진보에 대해서 중립적인 통찰을 통해, 우리가 혹시라도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보는 일도 없게 만들어 준다. 또한 과거에 대한 논의에 그치지 않고, 지금 현 정부에 대한 통찰이나, 가장 핫 이슈가 되고 있는 안철수 현상에 대한 통찰 역시, 결코 편파적이지 않으면서도 날카롭다. 그저 자극적인 제목의 인터넷 뉴스만을 보며 정치에 대해 '얼핏' 접해왔던 우리들에게, '진짜' 지식이 무엇인지 던져 주는 것 이다.
진보든 보수이든, 우리가 현재 나아가고 있는 방향은,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과 사뭇 다르다. 진보는 진보대로, 보수는 보수대로, 문제가 너무 많다. 애초에 정치를 만든 인간 자체가 완벽하지 않은 만큼, 완벽한 정치가 있기 힘들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에 대한 진단을 피해서는 안된다. 진단이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은 처방은 제대로 된 처방이 아니 듯, 우리는 정치계의 현 주소에 대해 정확히 파악해야 하고, 이것은 단순히 지금의 모습만으로 판단할 순 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정치의 전체적인 흐름을 통해 현재의 정치현상을 설명하며, 어느 한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이 책이 좀 값어치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