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의 진화론 - 공학도가 바라본 자본주의 위기
김송호 지음 / 태웅출판사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과연 인간에게 있어서 '부'가 언제 탄생했던 걸까. 정확한 시점을 알 수는 없지만, 우리의 먼 선조가 '수렵사회'에서 '농경사회'로 넘어가는 그 시점 어딘가에서부터, 인류는 음식물을 '축적'하는 법을 배웠고, 오로지 자신의 생존만을 위한 '축적'을 넘어서는 그 순간, 바로 '부'가 탄생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한 부는, 인류의 역사와 항상 함께 해 왔다. 옛날에는 기껏해야 곡식, 과일 등이 '부' 였다면, 지금은 '부동산' '주식' 등이 새로운 '부'가 되어버렸다. 인류가 발전한 만큼, 부 역시 발전을 한 것 이다.
저자는 부의 역사를 곧 '화폐의 역사'라고 정의한다. 곡식, 과일이 부의 상징이었을 때 까지만 해도, 그래도 아직은 '생존'의 문제였다. 부가 있다는 것은 자신이 먹고 살 양식이 있다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지만, 이 '화폐'라는 것이 등장하자 일이 복잡해지기 시작한 것 이다. 더 축적하기 쉬워지고, 화폐라는 것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인간의 심리를 오묘하게 활용한 것 이다.
현대의 '부'는, 여러 요소가 있을 수 있겠지만, 단연 돋보이는 것은 바로 '금융' 이다. 겨우 쇳덩어리에, 혹은 겨우 종이 쪼가리에 인간이 제멋대로 휘둘렸던 것도 모자라, 이제는 '가상'의 것이 인간의 부를 차지하고, 인간의 부를 차지하고 있는 것 이다. 그런 '가상'의 것에 지나치게 경제를 의존하다보니, 결국에는 대공황을 겪고, 최근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까지 겪으면서 그 대가를 혹독히 치루고 있는 것 이다.
저자는 이 뿐만 아니라, '화석 원료의 고갈'에 대해서도 우리에게 경각심을 주고 있다. 어쩌면 이런 거품경제의 몰락이나, 화석 연료의 고갈로 인한 위기는, 우리가 금융을 만들어내고, 화석 연료를 이용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미리 예고가 된 일 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위험 속에서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모든 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영원할 것 처럼 행동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아닌, 어쩌면 우리가 역사를 통해서도 충분히 잘 알고 있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망각하고 있는 사실에 대해 다시금 일깨워 주고 있다. 문제를 진단하는 것 만으로 해결이 되지는 않겠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문제를 진단 조차 하지 않으려 하는 순간, 우리의 부는 눈 깜짝할 새에 무너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