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주 - 진주를 품은 여자
권비영 지음 / 청조사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과 만나며, 그 만큼 다양한 관계를 맺게 된다. 그 중에서는 가족처럼 끈끈함을 넘어선 아주 두꺼운 관계도 있을테고, 서로 얼굴만 아는, 아주 얇은 관계도 있을 것 이다. 우리가 인간관계에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관계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서로 다르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것이 가족이든, 연인이든, 혹은 친구이든, 내가 생각했던 끈끈함이, 상대방에겐 그저 얇은 관계로 여겨질 때 바로 갈등이 생기고,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일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주인공 '은주'는 이러한 다양한 관계 속에서, 그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붙임성이 그렇게 좋은 것도, 성격이 그렇게 활발한 것도,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 치명적인 매력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잔잔하면서도 소소하게, 주인공은 자신의 주위의 많은 사람들의 중심에 서서, 균형을 이루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은주가 갑자기 사라짐으로서 이러한 중심은 사라지고, 많은 사람들이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은주를 둘러싼 다양한 관계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이 책에서 유독히도 많이 등장하는 '다문화 가정' 이고, 은주 역시 '에민'과의 사랑을 통해, 이러한 다문화 가정에 속해 있다. 즉, 얼핏 보면 그냥 평범한 한 20대 중반 여성이, 가족에 대한 트라우마를 사랑을 통해 극복하는 이야기로 비춰질 수 있지만,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진정으로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은, 바로 '다문화 가정'이 실제적으로 처한 현실과, 이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편협한 시선이 아닐까 싶다. 특히 주인공 같은 경우에는, 어쩌면 옛날 부터 유교적 가치관이 가장 우선시 되는 우리 사회에서, '가부장적인 권한'에 저항하고, 가족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되찾는 것은, 우리의 옛 전통에 많이 위배되는 모습이다. 더군다나 가족을 져버리고 택한 것이, '외국인' 이라니, 옛 우리 선조들이 보면 눈이 절로 휘둥그레질 법한 사건들이다.

생각해보면, 세계화가 지금 시대처럼 고도로 진행 된 현실을 고려했을 때는, 지극히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모습이어야 한다. 반드시 미국 만큼은 아니라도, 서로 다른 인종이 결혼을 해서 다문화가정을 이루는 것은, 분명 세계화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과 일치한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 주로 다루는 '다문화 가정'이 낯설게 느껴지고, 뭔가 어색하게 보인다면, 바로 그것이야 말로 저자가 '은주'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가 아닐까. 21세기가 된지 10년이 훌쩍 넘었음에도, 여전히 민족주의에 강하게 사로잡힌 채, 색안경을 끼고 타인종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모습을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