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계, 남자를 말하다 - 손목 위에서 만나는 특별한 가치
이은경 지음 / 책이있는풍경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20살. 대학을 입학함과 함께 사촌형으로부터 선물을 하나 받았었는데, 그게 바로 '시계' 였다. 그리 비싼 시계는 아니었지만, 대학생이라면 손목에 시계 하나 쯤은 차고 있어야 된다는 사촌형의 말에 그냥 차고 다니긴 했지만,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휴대폰을 수시로 들고 다녔기에 굳이 손목시계를 보면서 시간을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어쩌다 시계가 뭔가에 부딪히는 날이면 또 고장난게 아닐까, 또 수리비 드는게 아닐까 노심초사 하기도 했다. 운동을 할 때는 항상 벗어두는 것도 귀찮았다. 20살의 나에게, 시계는 그저 '계륵'같은 것 이었다. 그러다 군대를 갔다.
군대를 갔다 온 남자라면, 그 누구나 '에스콰이어'라는 잡지를 한번씩 봤을 테고, 그곳에서 나오는 이른바 '돈 많은 사람'만 산다는 '비싼 것들'을 많이 보았을 것 이다. 나 역시 평범함 가정에서 자라나, 군대에서 처음으로 '비싼 것들'을 접하면서 받았던 충격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 중에서 으뜸이라면, 바로 '시계' 였다. 특히 남자의 가치는 시계 하나만으로 충분히 증명된다 라는 등의 말은, 어느새 초록색 빛 군복이 몸에 익숙해 져 가는 나에게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말 이었다.
사실 제대를 한지도 1년이 훌쩍 넘긴 지금도, 여전히 시계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옷을 몇벌 더 사면 더 샀지, 아직은 시계의 매력에 빠질 만큼 나의 눈이 높아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시계에 조금씩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길거리를 지나다니다가 시계를 차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괜히 더 멋져 보이고, 스타일이 있어 보이는 것 이다. 특히, 전체적으로 옷 스타일은 별로인데, 손목에 찬 시계가 눈에 띄는 사람들은, 그런 옷 스타일을 모두 커버해 주는 느낌도 강하게 받았다. 시계 하나가 남자의 가치를 설명해 준다는, 당시에는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던 말이, 이제는 조금씩 이해가 가기 시작한 것 이다. 이 책은,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에게, 그런 다리를 놓아주었고 말이다.
이 책은 꼭 시계에 대한 가치를 설명해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역사에서도, 혹은 세계의 역사에서, 많은 위인들과, 그들이 찼던 시계에 관한 재미난 에피소드 들을 설명해줌으로서, 애초에 시계에 관심이 많지 않으면 어쩌면 흥미가 떨어질지도 모르는 독자들에게도,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해주지 않나 싶다. 그와 함께, 우리가 관심이 있든 없든, 시계는 여전히 더욱 고도화 된 기술로 발전 중이고, 세계에는 그런 시계를 눈꼽아 기다리는 수 많은 '신사'들이 기다린다는 것 역시, 우리가 새로운 세계로 뛰어들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