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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 1 - 나라가 나라가 아니었다 ㅣ 정도전 1
임종일 지음 / 인문서원 / 2014년 2월
평점 :
어렸을 적, 비록 만화로 되긴 했지만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한 책들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고조선 시대부터 시작해서 삼국시대, 통일신라, 고려시대, 조선시대 까지. 그러다 보니 '역사'라는 과목을 무척 좋아하게 되었고, 이러한 관심은 고등학교 시절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문과는 취업이 잘 안된다는 이유로 나는 이과를 선택했고, 그 이 후 부터 나의 책장에는 '역사'와 관련된 책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와 함께, 나의 흥미 역시 점점 사라져갔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그냥 시키는거나 하고, 외우라는거나 외우는게 마치 진리인 마냥 여겨지는 공대생이 '역사'에 대해서 알아야 할 이유는 없었다.
이 책은 그런 나에게, 다시금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서 흥미를 가지게 해 준 책이 아닐까 싶다. 특히 '정도전'이라는 인물은 책을 보면서 몇 번 이름을 접하긴 했지만, 정확히 알지는 못했고, 특히 고려시대 말기와 조선의 건국을 둘러싼 부분에서 늘 '공민왕'과 '이성계' '이방원' '정몽주' 등의 큼지막한 인물들로 가득 채워진 줄 로만 알았던 나로서는, 정도전이라는 인물은 가히 충격적 이었다.
사실 우리나라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혁명'이라는 단어와는 사뭇 거리가 느껴지는 역사였다. 분명 한 민족으로 여러 나라를 거쳐왔고, 선조들의 지혜와 문화가 자랑스럽긴 하지만, 그들은 결코 혁명과는 거리가 먼 삶을 대부분 살아왔다. 특히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들어서서는, '혁명'을 외쳐대는 사람의 최후는 대부분 비극적 이었다. 그냥 나라에서 시키는 것만 잘 하고, 권력에 있어서 줄을 잘 서는 것이 현명한 처신이었다. 그 아무리 멋진 시조와 문학 작품이 있다고 해도, 그것들은 결코 '혁명'을 담고 있지 않았다. 아마 이러한 흐름이 계속 이어지다보니 조선시대 말, 쇄국정책을 고수하던 우리나라는 결국 서강에게 휘둘릴 수 밖에 없게 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나라에도 서양의 루소와 같은 '열렬한 혁명가'가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혁명보다는 '윤리'와 '예의'만을 강조했던 조선을 건국함에 있어서, 승자의 기록이라는 역사의 특징에 묻히며 그 가치를 볼 수 없었던 한 인물을 다시금 재조명을 하고 있다는 것 이다. 물론 이 1권에서는 정도전의 혁명적인 생각이나 정치에 관한 내용보다는, 공민왕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전체적인 정국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 되어 있다. 하지만 '혁명'이라는 것이 결국은 그것을 부를만한 상황과 환경이 갖쳐줘야 한다는 전제에서 시작되는 만큼, 고려 시대의 말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마치 폭풍전의 전야 처럼 고요함 속에 위험이 잔뜩 내재 되어있음을 보여주는 1권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