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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쓰려고 하지 마라 - 퓰리처상 수상 작가의 유혹적인 글쓰기
메러디스 매런 엮음, 김희숙.윤승희 옮김 / 생각의길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어렸을 적에 한글을 배웠는가? 대부분 배웠을 것 이다. 그렇다면 누구나 글은 쓸 수 있다. 그것이 단순한 자기 생각이든, 오늘 있었던 일이든, 내가 하고 싶은 일이든, 대부분의 사람은 글을 쓸 능력 정도는 충분히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라는 직업이 생긴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그러한 능력이 좀 더 뛰어난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 또는 자신이 배운 지식을 좀 더 정리하여 다른 사람에게 알릴 수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보니 생긴 것 이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 이런 글을 쓰는 것을 '천부적인 능력'이나 '재능'으로 치부를 해버리니, 글을 쓴다는 것 자체에 특별한 의미를 스스로 부여하고, 덧칠하는 것 이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다시피, 언어만 배웠다면 글은 충분히 쓸 수 있다.
이 책은 그렇게 스스로가, 또는 사회가 마음대로 치부해버린 이런 '글쓰기'에 관해서, 유명한 작가들의 인터뷰를 통해서 '글쓰기'에 대해 진정한 통찰을 하려 하고 있다. 작가들은 제각기 다양한 삶을 살았고, 자신만의 힘든 고난을 겪었으며, 그 과정을 딛고 결국 '작가'로서 성공을 했다. 그리고 이들에겐 한가지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그들은 모두 '잘쓰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 이었다. 처음부터 전업 작가의 길을 걸었던 사람도 있고, 생계 문제를 위해 다른 직업으로 돈을 벌면서 조금씩 글을 쓴 작가도 있었지만, 그들은 한결같이 '일단' 글을 썼다. 이론적으로 이게 어떻고, 저게 어떻고, 이런걸 따지지도 않았고, 내가 못쓰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도 미리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결과, '잘 써야지' 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결국 펜을 들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달리, '작가'가 될 수 있었다. 생각만 햇던 사람이 글쓰기 면에서 이들보다 재능이 더 뛰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글을 써보지 않으니,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조차 판단을 할 수 없는 것 이다.
결국 우리가 이 책을 읽고 해야하는 행동은, 바로 지금 당장 펜과 종이를 꺼내 글을 써 보는 것이다.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무척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내 문장실력이 형편없이 느껴질 수도, 단어 선택이 엉망이라 생각될 수도 있다. 다만 이러한 과정은 그 어떤 위대한 작가들이 공통적으로 겪었던 현상이자, 거쳐갔던 단계라는 것 이다. 아기가 두 발로 걷기 위해 수 없이 넘어지는 것 처럼, 글쓰기 역시 이러한 과정을 겪는게 중요하지 않을까. 어른들 처럼 제대로 못 걷는다는 이유도 두 발로 걷는 걸 포기하는 아기를 보고 무슨 생각이 드는가. 그렇다면, 글을 잘 써야지 라는 생각만으로 가득 찬 채 글을 쓰는 걸 두려워 하는 우리들의 모습은, 그 아기와 같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게끔 하는 이 책의 교훈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