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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평전 - 신판
조영래 지음 / 아름다운전태일(전태일기념사업회)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내 마음이, 왜 이렇게 심란해진걸까. 나는 한권의 책을 읽고 사람이 갑자기 바뀌었다거나, 인생이 바뀌었다는 얘기들을 잘 믿지도 않고,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은 나 자신을 많이 바꿔놓을 것만 같다. 어제 아침, 이 책의 첫 페이지를 펼치던 나와, 오늘 아침, 이 페이지의 마지막 장을 덮던 나 사이에는, 너무나도 커다란 간극이 생겨버린 듯 하다.
우리나라의 이 엄청난 경제 발전의 그 숨겨진 그림자. 1970년대에, 경제발전이라는 달콤한 포장 아래에 죽어나간 수 많은 노동자들. 벌집 같은 공장에서, 허리 한번 제대로 못핀 채, 하루에 15시간을 일해야 했던 그 여린 소녀들. 그럼에도 사회를 향해 그 어떤 말도 못하며, 몸이 병들고, 삶이 폐폐해짐에도, 그저 먹고 살기 위해 하루 하루를 버텨나갔던, 이 시대의 수 많은 노동자들.
이러한 어둠 속에서, 전태일은 한 줌의 불빛이었다. 세상은 원래 어두운 거라 여기고, 밝은 빛을 찾기 보다는 그냥 어둠 속에서 적응하는 쪽으로, 좀 불편하고 힘들긴 하지만, 어둠에서 머물기를 바랬던 대부분의 노동자들에게, 어둠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것도, 자신의 몸에 불을 지름으로서.
우리가 지금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그 당시의 사람들에겐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게 되기 까지, 그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는가. 나는 과연, 그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가. 그토록 힘들게 얻었던 노동자의 그 권리를, 정말 소중하게 비켜나가고 있는가. 자기 스스로에게, 한번 의문을 가져볼 법 하다.
요즘, 나라가 많이 시끄럽다. 분명 '먹고 살만' 해지긴 했지만, 과연 우리의 민주주의는 1970년대 보다 더 진보하였는가. 하루 15시간 노동, 한달에 이틀 밖에 안되는 휴가. 하루 생계비도 안되는 일당과, 밥을 굶주리는 게 일상이었던 그 당시에도, 누군가는 이상을 생각하고, 그 이상을 위해 자신의 삶을 통해 노력하였고, 그 이상을 위해 삶을 과감하게 버렸다. 하지만, 2013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그런 노력을 하고 있는가. 모든 것을 '돈'으로 판단하고, 혹시라도 자신에게 손해가 나지 않을까, 이리 재고, 저리 재면서, '이상'을 바라보는 걸 포기하고, 그저 '현실'만을 살아가기에 급급하고 있는 건 아닐까. 형태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그 주권을 국민에게 넘겨주지 않으려는 정부에 맞서, 그 권리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현실을 희생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는가. 그런 점에서, 우리는 1970년대보다, 과연 한 걸음이라도 나아갔는가. 한번쯤은, 생각해 봐야 하는 주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