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사유 - 실천하는 교사, 깨어있는 시민을 위한
함영기 지음 / 바로세움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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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보면, '교육'을 중요시 여기지 않은 집안은 몰락했고, '교육'을 중요시 여기지 않은 나라는 망하거나 위기에 빠졌다. 무엇보다, '교육'을 중요시 여기지 않은 민족은 사라지거나 변방으로 물러가야만 했다. 어쩌면 인류의 먼 조상이 돌을 이용해 단단한 열매 껍질을 깨는 순간 부터, '교육'이 시작 되었을지도 모른다. 인류의 역사는 교육과 노력, 성취로 계속해서 되풀이 되며 발전해 왔다. 그와 함께, 지금 우리 시대는 이런 '교육'이 그 어느 시대보다 중요해졌고, 삶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서, 사회에서도 늘 화두가 되고 있다. 그 만큼, 우리에게 '교육'은 무척이나 익숙한 단어이고, 삶에 있어서도 늘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교육' 뒤에 '사유'가 붙은 '교육 사유'라는 단어는, 이상하리 만큼 어색하게 들린다. 바로 여기서, 모든 문제가 시작된다.

 

우리나라에는 '교육'은 있고 '사유'는 없다. 교육열이 세계 최고의 수준이고.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도 무척 높다. 그에 질세라, 대학 진학률도 80%로, 세게 최고의 수준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참으로 '교육'을 좋아하는 민족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사유'가 전제되지 않은 교육에서, 속은 이미 곯아 터져 있다. 과도한 교육열 만큼이나 청소년의 자살율도 높고, 학업에 대한 만족도도 현저히 떨어지며, 육체적으로나 지적으로나 가장 많이 성장하고, 그 만큼 민감한 시기에 '대입 시험'이라는 전쟁에 등이 떠밀려 억지로 뛰어든 수 많은 청소년들의 모습은, '사유'가 없는 교육이 불러온 비극이다.

 

이 책은 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에 대한 저자의 시선이 담겨져 있다. 문제가 많은 만큼이나, 거기에 대한 해결책도 쉽지 않고, 복잡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것은 '사유의 부족'이다. 교육은 순수하게 교육만을 추구해야 하고, 그 전제 아래에서 정치와 경제가 개입하든지, 연관지어 져야 되는데, 정치와 경제가 먼저이고, 오히려 거기에 교육이 연관 지어 지는 것도, 결국 우리나라의 현 모습에 대한 '사유'의 부족이다. 북유럽의 많은 교육 강국들에 비해,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이 처참한 것도, 진정한 교육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사유'의 부족이다. 교사가 학생을 가르칠 때, 무엇이 우선시 되어야 하고, 본질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도, 교사 스스로에 대한 '사유'의 부족이다. 교육이 모두 수치화 되고, 성과주의로 흘러가는 것 역시 진정한 교육의 의미에 대한 '사유'의 부족이다.

 

모든 문제가 풀기 힘든 실타래 처럼 복잡하게 엉켜 있다. 문제를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어쩌면 '산업화'가 시작됨에 따라, 지금의 이 '표준화', '성과주의' '수치화' 등은 미리 예견된 일 이지도 모른다. 인류가 자본주의 체계를 선택한 그 순간 부터, 사회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경제, 돈과 연관 지어 지는 것 역시, 예견된 일 일지도 모른다. 아니, 더 거슬러 올라가, 아주 오래 전,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집단을 이루고, 그곳에서 대표를 뽑아 '정치'를 시작한 그 순간 부터, 삶의 많은 부분들이 '정치'와 연관지어 지는 것 역시, 미리 예견된 일 일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체제가 모두 순식간에 바뀌길 기대할 순 없다. 결과적으로 지금의 이 형태는 인류가 선택한 최선의 제도들이고, 여기에서 파생되는 문제들은 우리가 충분히 감당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70년간의 대한민국 역사, 그 중에서도 교육에 대한 역사를 뒤돌아보면, 이런 '어쩔 수 없는 문제'에 대한 그 어떠한 인식도, 그것을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하기 위한 '개혁'도 없었다. 이런 현실을 순수히 받아들이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조금만 더 자세히 생각해보면, 우리가 이런 개혁을 기대하고 있는 그 심리에는, '위로부터의 개혁'이라는 것이 당연하다시피 전제로 되어 있다. 하지만 위로부터의 개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한동안은 일어나지 않을 듯 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건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아래로부터의 개혁'이다. 대통령이, 교육부장관이 변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사회 구조의 가장 아래쪽에 있는 우리들이 스스로 변화하면서 서서히 올라가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학부모도 아니고, 학생도 아니다. 바로 '교사'이다. 교사가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그 어떤 좋은 제도도, 교육 정책도 소용이 없을 것 이다. 저자 역시 이런 '교사'의 변화, 즉 '사유'를 권한다. 좀 더 좋은 책을 읽고, 좀 더 많은 좋은 사람들과 만날 것을 권유한다. 저자의 말 처럼, '사유하지 않는 교사에게서 상상력이 풍부한 학생이 나오길 기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실마리를 잡아야 한다.

 

물론 교사만 변한다고 되는 문제는 아니다. 그러기 위해선 사회가, 학부모가, 학생이 열심히 그런 교사를 도와 줘야 한다. 하지만 모두가 서로에 대한 비난만 하면서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런 이상적인 협력이 나오길 기대하긴 어렵다. 하지만 변화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이 교사가 되었으면 하는 게, 저자의 바람이기도하고, 저자의 책을 모두 읽은 후의 나의 바람 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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