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강국을 다시 상상한다 - 방송통신위원회 2000일의 현장 기록
신혜선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방송 통신 위원회'

시사에 별로 관심이 없고, TV도 거의 안보는 나에게, 이 단어는 무척이나 낯선 단어일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의 서두를 장식하는 KBS에 관련된 문제부터, 종편 프레임에 관한 문제, 스마트 경제로의 변환에 대한 문제, 그리고 방송통신회의 구조적, 제도적 결함 등에 관한 문제들도, 나에겐 무척이나 낯설었다. 그래서 그런지, 평소 책을 무척 좋아하고, 그 어떤 어려운 책들도 나만의 독서법으로 잘 읽는 편인 내게는, 이 책은 도전 그 자체 였다. 전혀 생각도 안해보고, 접하지도 않은 주제들을 풀어나가는 이 책은, 그야말로 '낯설음'의 결정체 였고, 이 책을 덮으면서도,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 즐비하고, 내가 과연 이 책을 제대로 읽은 것이 맞냐 라는 의문을 스스로 가지게 되었다. 제대로 독서를 시작한 이후, 이런 경험은 거의 처음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토록 방송이라는 분야에 대해, 그리고 그와 연관된 경제학적인 문제, 정부의 제도, 구조 문제, 각 방송국들의 특징과 권리들에 대해 전혀 무지했던 내가, 이런 책 조차 읽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내가 모르는 것도 모르는', 최악의 무지 상태를 계속 유지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섬뜩한 기분이 든다. 설사 그런 걸 뉴스 같은데서 접한다 하더라도, 전혀 정리 되지 않았고, 검증되지 않은 '일방적인 지식의 전달'을 통해서 접한다면, 나는 잘못된 견해를 가지게 되는 것이고, 결국 모르는 것 보다 더 위험한 상태가 될 수도 있다는 것 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접한 것은, 그저 어려운 책 하나를 만난 것 이상의 가치가 있지 않을까.

 

방송통신위원회가 미국을 본따서 만들었지만, 실질적으로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다고 한다. 여기에는, 단지 한 가지 이유 보다는, 복합적인 요인들이 존재한다. 미국과는 사뭇 다른 각 방송국의 구조와 생존 형태, 세계와 비교해 월등히 높은 스마트폰 보급율, 방송 통신 영역에 국가가 미치는 영향력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러 어울러 졌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그러한 것들을 모두 담아내지 못했고, 그 결과, 이제 곧 3기를 맞이함에도, 1기 2기에 뚜렷한 성과도 없고, 전체적인 청사진도 그리지 못하였다. 이런 문제는, 단순히 우리나라가 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방송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이, 개인적인 요인이기는 하다. 하지만 주변을 돌아봐도, 방송, 통신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의견을 낸다든지, 잘못된 것에 대해 고치려는 노력을 한다든지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인터넷 상에서도, 그저 비난만 할 뿐, 근본적으로 무엇이 잘못되었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지에 대한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무관심은, 결국 우리나라의 방송.통신 분야가 더욱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들고, 그것은 또 다시 비난과 무관심으로 넘어간다. 정부가 방송 통신을 마음대로 휘두르든, 각 방송국 사정이 어떻게 되든, 자기 알 바가 아니라는 생각아래에, 결국 우리나라는 '방통강국'이 아닌 '방통약국'이 되어 가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상황속에서, '방통 강국'을 상상하며, 책을 통해 우리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우리들에게 이 분야는 익숙하지 않은 만큼, 읽어나가기 힘든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진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해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러한 견해를 갖기 전에, 그것을 둘러싼 여러 요인들에 대해 미약하게라도 숙지 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 책은 그 중간 다리 역할을 아주 멋지게 해주고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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