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심야특급
조재민 지음 / 이서원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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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여행은 「소요유」라는 강신주 박사님의 말씀이 유난히도 많이 떠오른다. 이런 저런 여행 서적을 많이 읽어봤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소요유' 즉 목적 없고 그저 흘러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여행을 하는 서적은 얼마 없었던 것 같고, 그런 만큼 이 책은 나에게 무척이나 인상 깊게 다가오지 않나 싶다.

 

이 책은 콜롬비아와 에콰도르에서 부터 시작되며, 페루, 볼라리아, 칠레, 그리고 마지막으로 쿠바 까지 거치면서 여행이 끝난다.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 간 것도 아니고, '그냥' 떠난 여행인 만큼, 저자에게는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과의 만남,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계속 펼쳐진다. 특히 여행 파트너가 수시로 바뀌고, 여행 가방은 쉴 새 없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돈이 떨어지거나 없어질 때 면 간신히 한국에 연락해 겨우겨우 생계를 유지해 나가는 모습은, 무척이나 실감이 난다. 하지만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기도 하고, 단순한 여행서적을 보면서도 많은 생각에 잠길 수 있게 해 준 부분은, 바로 '쿠바'에서의 여행이다.

 

저자의 지인들이나, 현지인들이 하나 같이 노래를 부르는 '쿠바'. 아직 사회주의 국가인 만큼, 다른 나라에 비해 가기가 무척 까다롭긴 하지만, 누구에게나 최고의 여행지였다는 말을 듣고, 저자는 쿠바로 가기로 결심을 한다. 하지만 실제로 도착한 쿠바는, 사뭇 달랐다. 현지인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의 현저한 차이. 같은 택시비도 현지인과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커다란 차이가 존재하고, 관광객은 여행을 하는 동안 늘 '시가'로부터, 현지인들의 불순한 '의도'로부터 노출이 되어 있었다. 돈만 있으면 그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라이지만, 한편으론 돈이 없으면 관광객이라도 가치가 없어지는 이 현실 앞에서, 과연 이 국가가 사회주의 국가가 맞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사회는 '돈'과 무척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쿠바의 사회 모습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관광객이 지불하는 한 번의 택시비용이, 그들에게는 한달 내내 일을 해야 얻을 수 있는 월급에 해당하는 양 이다. 그러니 그들에게는 일을 하는 것 보다, 차라리 관광객들을 잘 꼬셔서, 돈을 얻어내거나, 그들과 함께 유흥을 즐기는 편이, 훨씬 '합리적' 인 것 이다. 또한 '부탁'과 같은 '구걸'을 통해 돈을 버는 것 역시, 한달 내내 일을 하는 것 보다 더 수입이 높다. 자본주의에 길들여진 우리에게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구조인 것 이다.

 

그런 사회 모습 속에서, 저자는 처음에는 오로지 돈만 추구하는 모습에서 허탈감을 느끼다가, 우연히 묶게 된 쿠바의 한 가정집에서, 그 어느 때 보다 평화롭고 따스한 날들을 보낸다. 전혀 계획하지도 않았고, 합리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않은 여행이었지만, 저자는 그곳에서 진정한 평화와 행복을 느낀다. 그런 점에서, 이 부분의 이야기는, 단순히 쿠바를 여행한 한 여행자의 이야기 이상의 가치가 있지 않을까.

 

쿠바의 사회적 구조가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렇다고 우리나라의 모습이 그리 아름답거나, 멋진 건 아니다. 쿠바가 돈만 밝히는 나라 라고 비난하기엔, 우리나라 역시 자본주의의 정 가운데에 완전히 빠져있다. 우리나라 역시 돈이 중심이고, 그 돈을 매개로 해서 모든 것이 이루어지고, 세상이 돌아간다. 돈이 있으면 할 수 있는 건 무궁무진하게 많지만, 그런 돈이 없으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쿠바와 그리 다르지 않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런 구조 속에서, 마치 소외된 것 처럼 느껴질 지도 모르겠지만, 돈에 크게 구애 받지 않고, 그저 하루 하루에 충실하면서, 현재를 즐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고, 생활이 불편하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삶을 추구하는 방식이 있고, 무엇보다, 그들은, '행복'하다. 저자가 쿠바에서 받은 행복감도 바로 그런 사람들의 생활 속에 살아가면서 느낀 행복감이었고, 이것은 또한, 단지 쿠바에만 있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도 얼마든지 존재하고, 존재할 수 도 있는, 그런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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