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발랄 맛있는 남미 - 상
이애리 지음 / 이서원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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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로서 우리에게 익숙한 나라들은,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북미' 이다. 실제로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나라들 역시, 앞에서 언급한 나라들이고, 그 외의 나라들은 여행자들이 선호하지도,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지도 않는다. 아프리카 쪽이야 여전히 내전이 일어나고 있고, 무척이나 위험하기에 그렇다 치더라도, '남미'는 아프리카 만큼 위험하지 않음에도,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다소 낯선 대륙이다.

 

저자 역시 그러한 '낯설음'을 절실히 느낀다. 한국인은 커녕, 아시아 인이 거의 눈에 띄지 않고, 여행객이라 해봐야 유럽인들이 전부인, 길거리를 걸으면 주목 받고, 관심을 받는게 일상이 되버리는 이 대륙에서, '낯설음'에 조심스레 부딪혀 본다. 처음엔 모든게 그저 어색하고, 힘들게만 느껴지던 저자의 글은, 책의 페이지가 넘어갈 수록 점점 익숙해지고, 편해지는게 눈에 띄인다. 저자의 그런 느낌을 독자가 따라 느낀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흥미롭다.

 

저자가 처음 간 나라는 '콜롬비아' 이다. 처음 남미에 가서 느낀 그 낯설음이, 독자에게 까지 전해진다.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관광지 여기 저기를 여행하고, 이런 저런 음식들을 먹으며 느끼는 감정들을 솔직하게 서술해가며, 아직은 낯설게만 느껴지는 남미에 대해, 조심스레 한 걸음 한 걸음 밟아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두번째 나라는, 바로 '에콰도르' 이다. 아마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고, 에피소드도 많고, 실제로 분량도 많이 차지하는 나라인데, 저자는 아이들을 상대로 '영어' '한국어' '한국 문화' '수학' 등을 가르친다. 처음은 스페인어 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이 곳을 떠날 때에는, 어느새 아이들과 자연스레 말을 나누는 수준까지 올라와 있었고, 책을 따라 가는 나 조차 뭔가 시원함과 통쾌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렇게 아이들에게 '봉사' 하는 것 보다는, 그렇게 몇달을 지내면서 저자가 겪었던 많은 문제들, 문화들, 먹었던 음식들,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흥미를 끈다. 한국인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곳에서, 모든게 한국과는 다른 '낯선 것' 들과 접하며, 남미의 문화 하나 하나를 알아가는 그 재미가 쏠쏠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저자가 간 세번째 나라는, '페루' 이다. 에콰도르와는 달리, 다양한 나라에서 온 많은 여행자들을 만나,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들을 하나 둘 알아가기도 하고,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다치기도 하며, 아마 이 책의 세 나라 중에서는, 가장 '여행' 다운 '여행'을 즐기지 않았나 싶다. 그러다 마지막에는 경찰에 불법체류자로 잡혀가는 걸로 끝나는데, 이 책이 한권으로 끝나지 않는 만큼, 다음 권을 기대하게 만드는 장치를 하나 심어 놓았다.

 

뭔가 무척 특별한 경험을 하거나, 엄청난 깨달음이나 가치를 얻거나 하는 내용은 아니다. 그냥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여러 나라의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일상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무척이나 편하고, 가깝게 느껴지는 책이다. 아무런 꾸밈이 없는 서술 덕에 책 속에 보다 깊이 빠져들 수 있었고, 작가의 느낌과 감정 기복에 따라가며, 남미에 대해 조금은 친숙해지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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