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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예수
셰인 클레어본.크리스 호 지음, 정성묵 옮김 / 살림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한동안 한국의 '진보적' 신학도들 사이에서 '역사적 예수'가 유행이었다.
그 유행의 중심에는 존 도미닉 크로산과 마커스 보그 - 예수 세미나의 멤버들 - 가 있었다.
그것이 유행처럼 한번 지나갔고, 나도 그 한 가운데 있었지만,
정작 우리는 왜 미국인들이(그렇다. 한국에서 유행한 '역사적 예수'는 독일 버전이 아니라 미국 버전이었다) 그런 질문을 던지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우리는 교회에 지친 세대였고, 교회와 대항할 무기가 필요했고,
그래서 교회가 잘못되었다고 말해주는 텍스트에 대해서는 무조건 지지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 싸움이 의미 없었던 것이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그런데 그 싸움 이후 우리에게 남은 것이 무엇인지는 좀 돌아봐야 할 것 같다.
교회를 이기고, '역사'적 증거에 의해 지지를 받고, 이성적 기독교인의 지위를 확보하고,
그리고...?
독일 신학자들이 크로산과 보그의 예수를 '캘리포니아 예수'라고 비판할 때에,
한국의 독자들은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를 미처 알아채지 하지 못했다.
그저 그들의 학문적 엄밀성이 독일 학자들에 비해 떨어진다고 이해했고,
'학구적'이기를 추구했던 이들은 타이센으로 버스를 갈아탔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예수'는 '캘리포니아에서 지금도 투쟁하는 예수'의 줄임말이었다.
클레어본과 호는 그런 우리를 그 현장에 데려다 놓는다.
미국의 문제들을 놓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던 운동가들,
노숙인들에게 예수는, 군산복합체에게 예수는, 아메리카 제국에게 예수는,
SUV 운전자에게 예수는 어떤 의미인지를 묻고,
그 질문을 대중들에게 던질 수 있는 예언자적 퍼포먼스를 구상했던 이들이
사실은 크로산과 보그를 역사 속으로 불러 냈고,
이제 그 운동가들은 그들의 책을 손에 쥐고 있다.
'미국제 역사적 예수'가 유행이 지났다고 책장에 꽂아만 놓지 말고,
한국정부가 그렇게도 닮고 싶어하는 정부에 맞섰던 이들의 이야기인 그 책들을
우리 시대의 이슈들을 위해 다시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더 오래전에 사망선고를 받았던 안병무와 서남동을 다시 꺼내 읽으며,
우리의 긍휼 없음을 고백하고 펑펑 울어보는 것은 어떨까?
아무튼, <대통령 예수>를 읽고, 추천하자!
뜬금 없는 말이지만, 그러면 웬지 세상이 바뀔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