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경제학 - 인간은 왜 이성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가
피터 우벨 지음, 김태훈 옮김, 이인식 해제 / 김영사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통계


흔히 인간이 동물과 비교할 때, 인간이 이성적 존재라는 점을 강조하곤 한다. 이런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인간들임을 가정하며 인간을 ‘호모 에코노미쿠스’라고 지칭하는 이른바 '주류 경제학파'가 등장했고, 한동안 이것이 정설이었고 여전히 나름대로 경제학계에서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인간이 그렇게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일까? <욕망의 경제학>을 읽으면 인간은 스스로가 합리적인 존재라고 착각할 만큼 비합리적인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인간이 경제활동을 할 때, 꽤나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생각에 관한 생각>의 저자인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가 학문적으로 연구를 했고, 이러한 연구를 우린 '행동 경제학'이라 한다.

 <욕망의 경제학>의 저자인 피터우벨은 심리학 교수이자 결정심리학과 행동경제학을 이용해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과 그 결정이 경제, 문화 그리고 건강과 복지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이성성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거의 모든 정책적인 문제를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이 다리가 부러져도, 혹은 폐렴에 걸려도 죽이라는 처방만 내리는 엉터리 수의사처럼 말이다. 그들은 비만 문제도 시장에 맡기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진정으로 뱃살을 빼고 싶다면 시장이 그러한 욕구를 충족시킬 길을 찾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자유는 그들이 주장하는 것만큼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종종 그것을 얻기 위한 결심을 하지 못한다. p.92
인간은 일부 자유주의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그다지 이성적이지 않다. 자유 시장은 우리가 자신에게 해를 입히도록 할 수도 있다. 또한 자유 시장은 소비자 행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심리적 맹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처럼 자유시장이 언제나 소비자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부는 적절한 보호책을 강구해야 한다.” p.235

저자는 자유소비에 관한 인간의 본성과 잘못된 욕망에 대해 따끔한 충고를 해주며 동시에 무의식이 가진 엄청난 힘에 대해 말한다. 무엇보다 잘못된 소비패턴에는 부드러운 개입이 아닌 적극적인 간섭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한다.

우리에게는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으며, 동시에 잘살 권리도 있다. 자유와 복지가 충돌할 때는 세심하게 조정한 선에서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작은 대가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열린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p.273

<욕망의 경제학>에서는 평균으로의 회귀, 손실회피, 기준점 효과, 프로스펙트 이론, 휴리스틱, , 보유 효과, 할인류 이론, 심리회계, 현상유지편향, 사후판단편향등 개인에서부터 정부에 이르기까지 경제적 선택에 있어서 만들어지는 여러 가지 심리 분석들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기 때문에 행동경제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읽기에 제격일 것 같다.

확실성의 힘을 이해하기 위해 여러분이 방금 치명적인 암에 걸렸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여러분이 1년 이상 생존할 확률은 없다. 한 가지 희망은 생존율을 3퍼센트로 높여주는 새로운 화학요법이 최근에 개발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아직 보험을 적용받지 못한다. 이때 여러분은 최신 화학요법을 받기 위해 얼마를 지불하겠는가? 그 대답을 생각했다면 이제 다른 상황을 고려해보자. 여러분은 생명에 위협을 주긴 하지만 치료 가능성이 훨씬 큰 암에 걸렸다. 그리고 보험회사가 생존율을 50퍼센트로 높여주는 표준 화학요법의 비용을 대줄 것이다. 이때 생존율을 53퍼센트로 높여주지만 아직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최신 화학요법을 받기 위해 얼마를 지불하겠는가? 여러분이 생각한 액수가 얼마든 앞의 경우에 생각한 액수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두 경우 모두 생존율을 3퍼센트 높이기 위해 돈을 쓴다. 그런데 첫 번째 수치는 아주 크게 느껴지는 반면 두 번째는 거의 사소해 보인다. 그 이유는 첫 번째 경우에 확실한 죽음이 미치는 심리적 힘이 3퍼센트의 가치를 확대시키기 때문이다.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중요한 선택을 앞둔 사람이 참고할 수 있는 이론을 개발하려 노력했다. 이들은 서로 다른 생체리듬에 따라 트버스키는 밤늦은 시간에, 카너먼은 아침 일찍 일어나 구상을 하고 점심시간부터 늦은 오후까지 대화하는 식으로 공동작업을 했다. 이처럼 효율적인 협력관계를 통해 새로운 통찰이 계속 발견되었다. p.64~65

행동 경제학의 심리 이론들은 읽어 보면 볼수록 흥미롭다. 아마 경제학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경제적 선택을 하는 도중 발생하는 인간의 심리에는 어떠한지 접할 수 있고, 심리학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심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 <욕망의 경제학>을 통해 인간의 경제적 이익에 대한 크나큰 욕망을 성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자유로운 자본주의 국가에서 사는 것은 분명 행운이다. 그만큼 자유는 매우 특별하며 많은 사람이 기꺼이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키려고 하는 고귀한 가치다. 또한 자유는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목표를 추구할 수 있도록 만든다. 자유 덕분에 우리는 어떤 직업을 가질지, 누구와 결혼할지, 몇 명의 아이를 낳을지, 어떤 샴푸를 살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문제는 선택의 자유에 ‘나쁜 선택을 할 자유’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수많은 기업이 인간 행동을 연구하고 있는데 이는 종종 부정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 예를 들어 P&G는 수백만 달러짜리 자기공명영상장치를 이용해 자사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뇌 반응을 분석한다. 또한 심리학, 사회학 박사들은 대학을 떠나 기업에서 인간 행동에 대한 지식을 판매로 연결시키는 일에 종사한다. 소비자 중에는 자신이 텔레비전 광고나 판촉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마케팅 전문가들은 인간 행동에 대해 그들보다 더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는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마케팅의 영향을 받는다. 나는 자유의 위험을 강조하고 나아가 자유를 일부 제한하면 건강과 복지well-being를 증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자 이 책을 썼다. 이를 위해 자본주의가 인간의 본성과 만날 때, 다시 말해 잘못된 결정을 유발하는 인간적인 성향이 자유를 누릴 때 발생하는 폐해를 설명할 것이다. p.6

탈러는 경제학자들조차 포커게임에서 비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고려할 때 이성적인 효용 극대화를 전제로 한 19세기 경제사상은 상당한 결함을 안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당시 이러한 그의 생각은 이단적이었다. 따라서 그는 동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할 때 최대한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기존 경제사상의 이론적 바탕을 흔들지 않는 선에서 비이성적 행동을 보여주는 일화들을 에둘러 제시했던 것이다. 그는 비이성적 행동들을 설명하는 책을 내려고 자료를 모았지만, 이성적 선택에 대한 표준경제 이론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이론을 수립할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고민하던 그에게 우연히 탈출구가 찾아왔다. 1976년 여름, 탈러는 위험한 일의 정당한 대가를 평가하는 학회에 참석했다. 그 자리에서 참가자들은 심각한 부상을 당할 위험이 있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 추가로 얼마를 지불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를 논의했다. 학회에는 경제학자뿐 아니라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매달렸던 연구 과제 중 다수를 공유했던 폴 슬로빅Paul Slovic이나 바루크 피쇼프Baruch Fischhoff 같은 젊은 심리학자도 참석했다.
그 학회에서 중요한 영감을 얻은 탈러는 돌아오는 길에 피쇼프에게 사람들의 비이성적인 행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탈러의 이야기를 들은 피쇼프는 그다지 놀라울 것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우편으로(당시에는 아직 이메일이 없었다) 관련 자료를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 다음주에 탈러가 받은 논문들 중에는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쓴 어림법과 편향에 대한 초기 논문도 있었다. 마치 금광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흥분한 탈러는 한달음에 도서관으로 달려가 두 사람이 쓴 다른 논문을 읽었다. 같은 책.
마침내 자신이 목격한 비이성적 행동을 설명하는 이론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 이론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탈러는 경제학 저널에 그동안 기록해온 글을 실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행동경제학이다. p.72~73


그러면 이번에는 오늘 100달러를 받는 것과 내일 110달러를 받는 것 중에서 선택하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이 경우 대부분의 사람은 금액이 적은 쪽을 선택한다. 먼 미래에는 10달러를 더 받기 위해 하루를 기다릴 수 있지만 지금 당장은 안 되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단기적으로는 높은 할인율을, 장기적으로는 낮은 할인율을 적용한다. 이 중에서 어느 쪽이 진정한 선호를 반영하는 것일까? 이처럼 불규칙한 경향을 놓고 할인율의 이성성을 말할 수 있을까?
노벨상 수상자 토머스 셸링Thomas Schelling은 우리 안에서 싸우는 ‘다수의 자아’에 대해 멋진 글을 썼다. 내면의 자아들은 서로 자신이 선호하는 방향대로 우리 삶을 지배하려 한다. 내 경우 장기 자아는 안전한 저축상품에 돈을 넣길 원하고, 단기 자아는 위험도 높은 신생기업의 주식에 투자하길 원한다. 또한 장기 자아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운동하길 원하고 단기 자아는 잠을 더 자길 원한다.
사람들이 시장에서 보다 이성적으로 행동하도록 사회가 도와야 하는지를 검토할 때,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그들이 어떤 자아의 말을 들어야 하는가이다. 시장은 어떤 자아의 효용을 극대화해야 할까? 
p.122

욕망의 경제학

저자 피터 우벨

출판 김영사

발매 2009.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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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인간의 비이성적 본능이 시장경제에 미치는 영향

19세기와 20세기에 자유주의적 시각을 뒷받침하는 경제학자들이 대거 등장해 경제학을 가장 영향력 있는 사회과학으로 발전시키고, 개인의 선호에 따라 이성적인 결정을 하는 '호모 에코노미쿠스(경제적 인간)'라는 경제 이론을 선보였다. 덕분에 자유시장이 사람들의 삶에서 차지하는 영역은 점점 넓어졌다. 구구단을 외우지 못하는 어린 아이도 브랜드 이름은 수십 가지나 줄줄 읊을 수 있고, 제약회사들은 온갖 병에 대한 두려움을 조장하며 자신들이 거래하는 병원으로 가라고 꼬드긴다. 행동과학과 결정심리학의 세계적 석학인 의사 피터 우벨은 이러한 자유시장이 소비자의 불합리한 선택을 조장하는 문제를 냉철하게 꼬집는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저자소개

저자 : 피터 우벨
미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경제·심리 석학. 미시건대학의 의학 및 심리학 교수이자 의료 분야의 행동 및 의사결정학 센터 소장이며 앤하버보훈병원의 내과의사다. 결정심리학과 행동경제학을 활용해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과 그 결정이 경제와 문화, 건강과 복지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 산하 국제보건위원회의 창립위원이기도 한 그는 보건정책과 관련된 행동과학을 선도하는 석학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0년, 클린턴 정부로부터 신진연구자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지식의 경계를 허문 다양한 연구를 통해 수많은 상을 수상했다. <뉴욕타임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뉴리더NEW LEADER>, <허핑턴포스트> 등에 행동경제학과 인간 심리, 의학과 과학 분야를 망라한 대중적 글쓰기를 통해 활발한 기고 활동을 펼치고 있다. 활발하게 기고중이며, 《삶의 가치: 지금이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를 시행할 시기인 이유PRICING LIFE: WHY IT’S TIME FOR HEALTH CARE RATIONING》와 《극복의 힘YOU’RE STRONGER THAN YOU THINK》을 펴냈다.

역자 : 김태훈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 ≪혁신이란 무엇인가≫, ≪야성적 충동≫, ≪금융공황의 시대≫, ≪불 인 차이나≫,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 ≪그린스펀 버블≫, ≪기빙: 우리 각자의 나눔으로 세상을 바꾸는 법≫, ≪카탈리스트 코드≫, ≪가격파괴 전략≫, ≪뮌헨, 1972≫ 외 다수가 있다.

해제 : 이인식

대한민국 과학칼럼니스트 1호.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부산일보> 등 주요 일간지에 고정칼럼을 400편 이상, <월간조선>,<과학동아>, <주간동아>, <시사저널> 등 잡지에 기명칼럼을 150편 이상 연재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과학저술가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탁월한 통찰력과 20년 가까운 집필 활동을 기반으로 학문 간 경계를 종횡무진 넘나들며 그동안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주제에 대해 흥미진진하게 소개해왔다. 또한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지식 융합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최신 과학·공학 이론을 누구나 알기 쉽도록 독창적으로 집필, 국내 과학 출판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45년 광주에서 출생하여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과학문화연구소 소장이자 KAIST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지식의 대융합》, 《21세기 키워드》, 《미래신문》, 《나노 기술이 미래를 바꾼다》, 《이인식의 과학나라》, 《미래 교양 사전》, 《유토피아 이야기》, 《짝짓기의 심리학》 등이 있다. 제1회 한국공학한림원 해동상, 제47회 한국출판문화상, 서울대 자랑스런 전자동문상을 수상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목차

머리글 | 보이지 않는 주먹, 인간의 본성이 시장경제에 미치는 영향

1부 이성적 이익 추구와 비만의 상관관계
1장보이지 않는 손이 무의식을 만나다
2장비만은 이성적 선택의 결과인가

2부 행동경제학과 부드러운 개입주의의 부상
3장은행원과 전투기 조종사 그리고 이성의 한계
4장땅콩과 머그 그리고 행동경제학의 탄생
5장보다 친절하고 부드러운 개입주의

3부 무의식적인 식욕과 늘어나는 뱃살
6부비이성적 미각과 무한정 채워지는 수프
7장충동적 행동과 자아의 싸움

4부 집과 사무실 그리고 병원에서 마주치는 비이성성
8장넓은 정원과 먼 통근거리
9장위험한 감정과 담배 피우는 시간
10장삶의 가치와 의료비용
11장마케팅과 설득의 과학
12장자유와 복지의 위험한 균형
13장보모국가가 되지 않고 비만과 싸울 수 있을까

해제 | 행동경제학은 무엇을 말하는가

[예스24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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