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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뇌의 원근법 - 서경식의 서양근대미술 기행
서경식 지음, 박소현 옮김 / 돌베개 / 2009년 5월
평점 :
이 책에는 우선 아름답지만, 슬픈 그림들이 즐비하게 수록되어 있다. 아니 아름답지는 않지만 절규하는 그림들도 함께한다...그것은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 어딘가에 끊임 없이 호소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세상에 존재하는 그늘이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서경식이라는 저자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었다...나의 무지함을 탓하며 그 후 <나의 서양 미술 순례>나 <청춘의 사신> 등을 이어서 읽으면서 그의 경력을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에게는 '예술'이라는 돌파구가 있어서 참 다행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뇌의 원근법>은 마치 멀리, 아련하게 실루엣 만 보이는 사람들을 가까이 끌어내어 "이런 사람들이 우리 곁에 존재한다."고 제발 잊지말라고 증언하는 듯하다. 한 시대의 권력에 짓눌려 고통받았던 예술가들의 그림들을 통해 우리는 폭력의 역사를 본다. 나찌 시대의 '퇴폐 미술전'을 나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에밀 놀데의 풍경화에서는 깊은 아름다움을 보았지만, 그의 <그리스도의 생애> 연작에서는 한 없는 충격을 받았다. 그것은 오토 딕스의 그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그림을 통해 표현하려고 애썼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림의 속성은 침묵이지만, 그 침묵 속에서 내내 절규하는 것이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