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라 시대의 사랑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7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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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 공포로 한창 떨고 있을 때, 뜬금없이 이 책 제목이 떠올랐다.   

영화광들은 영화 <세렌디피티> 속 여주가 남주와의 인연을 시험하기 위한 책으로 기억했지만, 케이블에서도 곧잘 틀어주던 이 영화를 제대로 본 적이 없어 내게는 해당 사항 없음. 

근데 알고보니 저자가 가르시아 마르케스라고? 마르케스...라면 아예 읽기를 포기하고 독서광 친구에게 줘버린 <백년의 고독> 작가 아닌가. 겁이 났다. 포기하자. 내 독서력으로는 어림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럴수록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은 갈수록 커졌다.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져 나중엔 의무감 비슷한 게 들 정도. 신종플루로 지구촌이 공포에 떠는 이 시대 지구인으로서 웬지 이 책을 읽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망상에 사로잡혔다고 해야 할까. 

그래, 까짓 읽어보자. 빌리면 결국 읽지 못하고 반납할게 뻔하니 사자. 최소한 남에게 피해는 주지 않는 이런 망상은 철저히 즐기지 뭐.  

아, 읽기를 잘했다. <백년의 고독>에 대한 공포가 새삼스러울만큼 이 책은 책장 넘기는데 부담이 없었다. 스토리 곳곳에 웃음을 자아내는 대목이 지뢰처럼 숨어있다 터지곤 했다. 

물론 '신종플루 시대 안전한 사랑법' 같은 팁을 얻을 수는 없다. 남녀간 사랑의 적나라한 본질을 확인할 수 있다는 거. 오히려 결국은 이기적이기 마련인 남녀의 사랑에 대한 백신에 맞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면역력이 생길 리 만무하지만 말이다. 사실 사랑 면역이라는 게 있을 리도 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간의 면역력이라도 키우길 원한다면, 결국 처절하게 깨지더라도 후회없이 사랑한 후에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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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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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읽어봐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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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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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칼의 노래'에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지난 여름, 휴가로 통영에 다녀온 것이 계기가 됐다. 통영의 한 길라잡이로부터 한산도의 제승당과 거북선 등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서, 학창시절 귀가 아프게 들어 그저 익숙한 이름이자 그래서 관심밖이던 이순신에 대해 부쩍 알고 싶어졌다.  

'칼의노래'는 왜군을 쳐부순 화려한 전술에 대한 내용보다는 조선 내 임금과 신하들과의 갈등이 주가 되고 있다. 적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었다. 왜군에 대한 뛰어난 전략을 펼친 장군으로서가 아닌, 진정한 군인으로 살고자 몸부림쳤던 한 남자의 고뇌가 절절하게 담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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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엠마뉘엘 카레르 지음, 윤정임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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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누엘 카레르의 '적' 

'출근 전쟁'을 치루며 읽는 독서는 처절했다.
더할나위 없이 달콤한 성시경의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히는 가운데 축축한 어떤 넘의 노란 티셔츠가 자꾸 등에 붙어오는 것을 지속적으로 견재하는 한편, 주인공 장클로드의 파행에 대한 복잡한 심경으로 패닉에 빠질 지경이다. 적어도 아침 출근길엔 피해야 할 책이다.    

P. 29. ...적당한 때가 되면 저절로 알려질 이런 사실들은 내가 진정으로 알고 싶어 하는 것, 당연히 사무실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낮 시간 동안 그의 머릿속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해서는 알려 주지 않을 것이다. 처음에는 모두들 그가 무기나 산업 비밀을 몰래 팔며 시간을 보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라 숲 속을 거닐며 시간을 보냈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P.96. 밖으로 나서면 그는 완전히 헐벗은 상태였다. 부재 상태로 빈 곳으로. 공백 상태로 되돌아가던 그의 상황은 어쩌다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매일같이 겪는 유일한 삶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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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지음, 허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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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84 ....하지만, 그 이후로 저는, '세상이란 개인이 아닐까?' 하는, 사상과도 같은 것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세상이란 개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된 이후로 저는, 이제까지보다는 다소, 자신의 의지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시즈코의 말을 빌리자면, 저는 약간 고집을 부리게 된 반면에 안절부절못하는 일은 없게 되었습니다. 또한 시게코의 말을 빌리자면, 그다지 시게코를 귀여워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주인공 요조가 만약 나와 동시대 또래 남자였다면, 말 잘 통하는 친구는 됐을 것 같다. 단, 그가 제 속내와 본성을 숨김없이 털어놨다면 말이다. 

우울과 초조함을 감추기 위해 낙천성으로 위장해야 했던 그의 괴로움을 충분히 공감한다. 물론  '여자들이 따르는 불안' '사랑받는 불안' 같은 건 내게 예외적인 일이긴 하지만. 
누군가의 추천 글을 읽고 집에 있던 책꽂이에서 다시 찾아 읽는 중이다. 작가 다자이 오사무는 1909년에 태어난 사람이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오늘날의 수많은 독자들과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표지 글에 100프로 공감한다.

'기분이 저조할 때는 공원을 산책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CD를 사고, 즐겁고 가벼운 소설을 읽고, 맛잇는 것을 먹고, 요리책을 사서 메뉴를 하나 정해 친구를 초대해 만들어 먹는 것,을 추천합니다.'   나와 책 교환하는 친구가 내게 한 충고다. 일단 어제 '공원 산책'은 했고 다음으로 '요리책을 사서 메뉴를 정해 친구를 초대해 먹기'에 도전해 볼까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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